우리도 그녀들처럼
코로나를 겪으면서 아팠던 며칠간의 시간들이 그냥 지나가 버린 느낌이었어
맛이 느껴지지 않던 건 며칠이었고 다시 살아난 입맛으로 열심히 먹었지만
에너지가 빠지는 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더라고 그래서 병원을 찾아 수액을 맞고
약을 다시 처방받고 많이 좋아졌어
그래도 아쉬운 건 아파보니 모든 게 다 의미가 없어지더라.
그래서 어쩜 하던 모든 걸 손을 놓고 시간이 가기만 기다렸었나 봐
그러고 나니 앗! 하는 순간이 찾아오고 내가 뭐 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
아프면서 내가 좋아하는 건 역시 다독을 하지는 못하지만 책을 읽는 것이었고
그 책을 읽는 순간이 내가 참 좋아지는 순간들이라는 느낌을 받으면서 난 또한 느꼈어
내가 책이랑 있는 순간을 가장 좋아하는구나 하면서 말이야
그래서 넌 책을 구매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난 서점에서 그냥 나오는 법은 없어
또 한 권의 책을 손에 쥐고 나오는 나를 발견하면 넌 또 어떤 말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월간 한 권에서 픽한 9월의 책이 "미움받을 용기"를 읽으면서 느꼈어
책이 어렵기는 해도 나에게도 하나의 가르침은 주더라고
타인이 하는 결정까지 내가 생각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어
그런데 신기하게 내가 퇴사 이야기를 하면서 처음에 이야기 하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는데
내가 상대방의 생각까지 배려하면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니 이야기가 참 쉽게 되었어
'어떤 삶을 살아야 모두가 행복할까?'라는 너의 물음에도
모두가 행복할 방법을 내가 다 찾아야 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
그냥 내가 행복한 게 모두가 행복해지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작은 틀에서 보면 내가 행복하면 내 가족들이 행복하고 나의 행복지수는 그대로 전달될 테니
너무 과하지도 않게 소소하게 행복한 것이 행복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난 한 번씩 큰애가 "그냥 집에 빨리 오고 싶어 집이 제일 편해"라는 말을 할 때
그래 내가 무슨 큰 걸 바라냐 이런 말을 하는 자식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지 싶어
얼마 전 네가 한 말이 떠오른다.
'난 행복해 그리고 내 삶에 만족해'라는 말의 뜻을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해
이렇게 말하다가도 어느 순간 왜 이렇게 힘들어라고 투정도 부리고 내 삶은 왜 이렇지 하는 날이
다시 올지도 몰라
그래도 중요한 건 그런 날도 있으면 또 아 행복하다 그래 행복이 별거냐 이것도 행복이지 라는
생각을 하는 날이 반복될 거라는 거 우린 알고 있잖아
그러니 지금의 순간을 즐기면 되는 것이 내 삶이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