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미사포
부활절이 가까이 오자 성당 가는일이 많아졌다. 4월 첫째주 이미 성당은 부활절 준비로 분주 해져간다. 성당에 들어서면 하얀 미사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미사포는 미사 전례때 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베일(veil)을 가리킨다. 미사포의 크기는 일반 수건 크기로 머리에 쓰게 되면 머리 전체를 가리고 어깨선까지 내려온다. 하얀 미사포가 시선을 가려주는 덕에 마음이 차분해 지는 효과도 있다. 미사포를 쓰고 두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은 천사처럼 아름답기 까지하다.
머리를 가리는 천은 거룩한 대상이 곁에 계심을 알리며, 이에 대한 경외와 존경을 표시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성경을 토대로 오래 이어져 온 전통으로 보자면, 여자들만 머리를 가릴 것이 아니라 남자들도 머리를 가리는 것이 하느님께 대한 경외와 존경의 표시가 된다. 유대인 남자들은 기도할 때 머리에 키파(kippah)라는 둥글고
납작한 빵모자를 쓴다.
미사포의 끝부분은 레이스가 달려 있는게 보통이고 흰천 안에 무늬가 들어있는 것들도 있다. 모양과 디자인은 획일적 이지 않치만 흰천으로 만들어져 머리에 쓰게 되면 무언가 균일한 느낌을 준다.
미사포가 지닌 역사와 의미 까지는 아니더라도 단순히 미사포를 씀으로써 찾아오는 것들이 있다. 마음은 경건해지고 머릿속을 꽉채웠던 생각들이 질서안에 들어섬을 느끼게 된다. 솟아 오르기만 했던 검은 욕망이 하얀 미사포를 씀으로써 누그러 진다. 미사포는 성당의 여러 미사 전례가 만들어주는 마음의 평화를 위한 첫번째 단추 역활을 해주는듯 하다. 작은것 같지만 태도는 의식을 바꾼다.
마치 잔바람에 일렁이는 하얀 메밀꽃 밭을 보는듯 하다. 오늘도 성당에는 하얀 메밀꽃밭이 군락을 이루어 피어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