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이 빠져나간 바닷가 해변으로 동글동글한 조약돌들이 하얗게 반짝이고 있었다. 바닷가엔 항상 조개와 게가 있는 줄 아는 쌍둥이 아들 주완이와 지완이는 학교 운동장 보다 커져 버린 물 빠진 해변으로 걸어갔다. 아이들과 해변을 걷는 것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서해안 안면도의 해변은 아이들과 소곤 대며 걷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발바닥 전체가 폭삭 모래 안으로 빠져드는 동해안 해변가는 걷다 보면 땀이 난다. 사박 거리며 발바닥을 받쳐주는 서해안 해변가는 중력의 힘을 거스르며 걷기에 편안함을 선사해 준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사뿐히 사분사분 겨울 햇볕을 쬐며 해변을 거닐다 보면 금세 동심으로 빠져는 다. 그냥 아무 대화 없이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들은 아이 들 데로 어른은 어른 데로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든다. 누가 만들어주지 않았는데도 고운 모래밭이, 따뜻한 겨울 햇살이, 찰삭찰삭 작은 거품을 일정한 리듬으로 만들어 내는 파도와 바다향 품은 바다 바람을 맞다 보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손시계를 들고 나타난 귀가 큰 하얀 토끼처럼, 우리는 자기만의 세계 속으로 성큼 들어가 버린다.
해변가에는 줍고 싶은 것들로 가득했다.
아이들은 어른 주먹만 한 소라껍데기를 주었다. 해변가에 묻혀있는 하얀 조개껍데기도 주었다. 동글동글한 작은 조약돌들도, 아주 작은 소라껍데기도 주었다. 아이들은 살아있는 싱싱한 조개도 주었다. 해변가를 걷다가 파도가 만들어준 동그란 조약돌과 소라껍데기를 주웠을 뿐인데도 행복그릇을 채우는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오후 두 시 태양은 두시 방향 팔십 도의 각도로 푸른 바다를 향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겨울 햇볕의 따뜻한 온기가 쓰담 쓰담 토닥토닥 우리를 안아주었다. 아이들이 주어온 소라껍데기를 귓불에 데어 보면 잔잔한 파도소리와 바다향기가 뭉실거리며 다가왔다.
"지완아 들어봐 바람 소리가 들리지"
"아빠 이안에 뭐가 있나 봐 "
"소라껍데기 안에 바다가 들어있네"
지완이 손바닥 보다 큰 조개껍질이 마치 음악시간에 쳐봤던 짝짝이처럼 붙어있었다. 지완이가 주은 조개껍질은 짝짝이가 되었고 소라껍데기는 파도소리를 담은 타악기가 되었다. 언제나 겨울바다는 네박자의 편안한 리듬으로 노래를 불러주었다. 토닥토닥! 쓰담쓰담! 이미 충분히 우리는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