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가 끝나고

성당이 주는 것에 대해서

by 둥이


미사가 끝났다.

두 개씩 성당 안 불이 꺼진다. 컴컴해진 성당 안에 앉아 있는다.

신자들의 웃음소리와 인사말과 발자국 소리가 사라진 성당 안에는 무거운 고요함이 찾아온다. 성당 앞 도로를 지나는 마을버스와 골목길을 빠져나가는 오토바이 소리도 들려온다. 성당 창문을 가득 채우고 있는 파스텔 원색은 햇빛을 듬뿍 담아 빛나고 있다.

성당 의자에 앉아 나에게 들려오는 모든 소리에 몰입한다.

심연 속으로 가라앉는 형상들,

형태 없는 것들에 사로 잡힌 마음은

서서히 엺여져 간다.


옅혀지고 지워져서 마침내 사라져 간다. 내가 있는 그곳에, 내가 사라져 간 그 자리에 묘한 형태 없는 것들이 피어난다. 꽃처럼 활짝 피어난다.


나를 지워 가는 곳,

그래서 나를 알아 가는 곳,


미사가 끝나고 난 뒤 내게 찾아오는 것들

그건 평온이었다. 알래야 알 수 없는 묘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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