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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이 Jun 25. 2024

하와이 여행이야기 2 - 하늘의 향기

하와이 여행 이야기 2 - 하늘의 향기


하루 두 번 하와이의 파란 하늘은 이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천상의 빛깔로 물든다.

문자는 태양빛이 만들어내는 이 황홀한 광경을 담아내지 못한다. 파란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볕에선 진한 향기가 풍겨난다. 마치 비누 거품에서 나는 향기처럼 보이진 않지만 선명함과 구체성으로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린다. 가끔은 무지갯빛으로 자기 모습을 보여주는 태양빛은 유해한 것들을 버리고 가지고 있는 소중한 양분을 우리에게 나누어준다. 투명하고 형태도 없지만 따뜻한 바람을 만들어주고 씨앗을 움트게 하고 물과 땅을 닿게 해 준다.

카메라 조리개도 하늘에 그려져 있는 다홍빛의 태양빛을 담아내지 못한다. 오직 우리의 눈 그 안에 담겨 있는 홍채만이 온전히 빛이 가진 색상을 담아낼 수 있다. 홍채 속으로 밀고 들어오는 태양빛의 향연 그 짧은 순간 우리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빅아일랜드의 하늘은 시간을 움직이게 하는 능력이 있다. 마치 해리포터의 마법약처럼...  빅아일랜드 하늘엔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하늘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 우리는 위로를 받는다. 꼭꼭 잠가 두었던 감정의 빗장이 열린다. 눈부신 파란 하늘과 새하얀 구름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토닥여 준다.


이렇게 하와이의 하늘은 시간을 움직인다. 그 순간 오감의 촉수들이 분주해진다. 태양빛에 의해 뜨거워진 공기는 순환하여 해풍과 육풍을 만들어 낸다. 물과 땅은 그렇게 서로를 먹여 살리는 순환 생태계를 만들어 낸다. 물과 땅은 태양빛을  받아 달궈져 수분 입자를 날려 보낸다. 제 높이의 고도로 모여든 수분 입자들은 한데 모여 응결하며 구름으로 만들어진다. 느린 듯 하지만 빈틈이 없다. 마치 느린 거북이 같지만 가고자 하는 방향을 알고 쉬지 않는다. 놀랍도록 정교한 시스템이다. 스스로 그렁하게 만들어진 게 자연, 자연이다. 하느님이 하시는 일을 사람이 알 수 없는 건 어쩌면 감사한 일이다.  


목덜미를 감싸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말 그대로 산들바람, 소리 없이 왔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바람 한 줌에 행복해진다. 그 작은 것들이 행복을 만들어준다. 아마도 그것은 신이 준비한 철저한 노림수였을 것이다.


빅아일랜드의 하늘은 마치 액자로 가득 찬 미술관 같다. 구름 전시회장 같기도 한 하늘의 모습은 다양한 구름들이 빛깔을 바꿔가며 전시돼 있다. 빅아일랜드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왠지 싫어하는 것 같다. 뭉개 뭉개 피어나는 구름과 구름 사이로  수만 개의 파랑 하늘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늘색이 이렇게 진했었나 싶을 정도로 파랑은 파랑을 덧칠할 듯 진한 파랑을 덮어쓴 체 조금 엷어졌다가도 진해지며 수평선에 가까워질수록 물과 하늘의 구분은 없어져 간다. 아마도 저렇게 많은 구름들이 하늘에 떠 있는 건 하늘과 바다를 구분해 주는 신호등 같은 것일 거라 생각이 들었다.


하루 온종일 빅아일랜드 하늘에선 진한 향기가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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