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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이 Jun 21. 2024

하와이 여행 이야기 1 -구름의 선물

하와이 여행 이야기 1

하와이 빅아릴랜드 구름의 선물 1


6월 11일 화요일 오전 10시 40분

비행시간 8시간 드디어 호놀룰루 공항에 도착했다. 빅아일랜드로 들어가는 하와이완 항공으로 갈아타려면 아직 세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호놀룰루 공항 식당에서 간단히 샌드위치와 스테이크를 시켰다.

배가 고파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음식맛이 좋은 건지 우리는 깨끗이 접시를 비웠다. 웨이트리스는 카드로 계산을 받은 후 팁을 요구했다.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이때 난 15프로의 팁을 10프로 만 주고서도 이 정도면 괜찮은지를 물어보았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10프로의 팁은 서비스가 안 좋다는 의미라는 걸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다.

빅아일랜드 공항은 작고 아담했다.


빅아일랜드 에서의 첫날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빅아일랜드는 하와이의 네 개의 섬 중에 하나로 제주도보다 열덟배나 큰 섬이다. 무덥지도 않았고 땀이 흐르지도 않았다. 파란 하늘엔 새하얀 구름과 짙은 먹구름이 순간순간 자리를 비워주며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파란 하늘 위에 더 파란 하늘이, 하늘색과 파란색으로 채워진 하늘에서 상쾌한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왔다. 하늘과 바다는 같은 색으로 닿아 있어 어디가 바다 끝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검게 굳어 버린 용암과 그 사이를 비집고 피어오른 풀잎들은 바람이 부는 데로 몸을 눕히고 있었다. 도저히 섬이라 하기엔 믿기 어려울 정도의 광활한 풍경들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이곳이  빅아일랜드다.

하와이 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시차로 인한 피곤은 짜인 여행 일정 때문인지 몸이 스스로 움직이는 듯했다.

빅아일랜드 곳곳에서 바다 향기가 나지 않은 해풍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풍향은 자주 바뀌어서 구름 모양을 코끼리와 알라딘의 요술 램프로 바꾸어 놓았다. 하와이의 바다는 넓고도 광활했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희미하게 사라지는 그곳엔 또 다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먼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속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한국의 바다와는 다른 향기가 피어났다. 비릿한 해초류와 생선 냄새가 풍겨내는 익숙한 바다향기가 이곳엔 없었다. 그건 북위 18도 위도에서 작렬하는 태양빛으로 달궈진 물과 땅의 에너지가 순환하며 만들어내는 순수한 자연의 냄새였다. 잡히지 않는 그곳에 바람과 구름이 있었다.

아마도 삶의 노고가 스며들지 않는 순수한 자연의 냄새는 이러한 것일 거라 짐작이 들었다. 고단함이 없는 평온한 바다였다. 오후가 되면 사람들은 부둣가로 모여들었다. 검게 그을린 피부 위로 물방울이 데구루루 흘러내렸다. 싱싱한 아이들은 하얀 치아를 드러 내고 젖은 머리를 쓸어 올리며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순간은 정지된 화면처럼 느리게 지나갔다.

튕겨 오르는 물방울과 산산한 바람, 뜨거운 태양빛 아래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 여기에 뭐가 더 필요할까!


빅아일랜드 동쪽 끝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 바라본 하와이는 끝이 보이지 않는 대륙이다. 코나 공항이 있는 서부 쪽에는 검은 용암 덩어리가 그대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먼 곳 구릉 같은 산들은 하얀 구름들이 여러 모양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렇게 광활할 수도 있구나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우리가 달리는 중앙 도로는 양방향 일직선으로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양방향으로 달리는 대부분의 차들은 픽업트럭들 이였는데 도로보다 커 보였다. 서부 쪽에서 동부로 접어들수록 나무들이 많아지고 열대우림으로 풍경이 바뀌어 깄다.

그중에 눈에 띄었던 것은 우산처럼 넓게 퍼져 예쁘게 자란 멍키펌나무였다. 수형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몇 구로 뽑아서 정원에 심어 놓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우산처럼 넓게 퍼져 자라고 있는 펑키펌나무는 여기저기 도로 양옆을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그 자태가 잘 키운 거대한  분재처럼 보였다. 두 시간 정도를 차 안에서 바라본 빅아일랜드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열대우림으로 가득 찬 동쪽과 나무 한그루 없는 서쪽의 풍경은 이 섬이 해발 높이에 얼마나 영향을 받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어느새 우리는 동쪽 끝에 위치한 레인보우폭포에 도착했다. 레인보우 폭포줄기 옆으로 울창하게 뻗어있는 나무줄기들은 쏟아지는 햇볕을 완벽하게 막아내고 있었다. 그런 나무를 바라보고 만져 보는 것 만으로 생각은 지워져 갔고 묘한 위로를 받는 듯했다. 레인보우 물줄기를 뒤로 한 채 우리는 헬로트렉픽컬 수목원을 찾았다. 수목원안은 잘 정돈된 수목들로 채워져 있었다. 특히 녹색 도마뱀 개코는 지완이와 민우의 혼을 빼놓았다. 어찌나 빠르던지 손이 무척 빠른 지완이를 우습게 따돌렸다.

수목원 끝으로 들어가니 시원한 바다 바람이 불어왔다. 푸른 바다와 맞닿아있는 수목원 끝자락에는 하늘로 치솓는 아름드리나무들이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공기의 파동과 바람의 속도가 느껴졌다. 빅아일랜드로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빛은 물방울을 증발시켜 표층 높이로 모여드는 층운을 만들어  냈다. 구름 속 얼음결정은 태양빛을 산란시켰다. 시간이 흐를수록 형태를 바꾸어 가는 적락운은 완벽한 유채화를 바다 위 푸른 하늘에 만들어냈다. 놀랍도록 아름다운 원색의 물감들이 파스텔톤으로 엷게 스며 들어간다.

하루에 두 번 태양은 자전하는 지구 위에 그 모습을 보여주고 사라지며 태양빛이  만들어내는 태양빛의 파장을 무지갯빛으로 물들여놓는다. 황홀한 색들의 향연이 하늘 위에 펼쳐지는 순간이다.

분명 누군가는 그렇게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오직 하느님만이 그렇게 하실 수 있을 것이다. 빅아일랜드의  하늘을 보며, 노을을 보며, 새벽녘 산들바람을 맞으며 난 하느님의 사랑을 만난다.

구름은 그곳 텅 빈 거대한 하늘 속에서 피어오른다. 이들은 어딘지 모를 곳에서 와, 어딘지 모를 곳으로 떠나간다. 마치 우리들처럼,

사람 마음속에서 생각이 나고 지듯 구름은 하늘의 텅 빈 공간 속에서 생겨나고 그 안에서 사라진다.

구름은 축축하고 차갑지만 때론 부드럽운 솜사탕처럼 위안을 준다. 적락운의 끝자락은 흰 밀가루 분말처럼 물방울로 응결되어 있다. 밀도와 질감이 그대로 촉감으로 만져질 듯한 구름들은 보는 것 만으로 행복해진다.

우린 수목원에서 식물처럼 햇볕을 쬐고 바람을 쐬었다. 어쩌면 하느님이 바라시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스스로 치유되고 위로를 받아갔다.


다음날 우리는 하푸이비치로 향했다. 아이들은 부기보드를 타고 파도를 즐겼다. 서핑처럼 파도 위를 올라타는 부기보드는 아이들에게 시간을 멈추게 했다. 아이들은 그대로 무장해제가 되었다. 모든 걸 벗어던진 아이들은 오직 그 순간의 파도 하나에 집중했다. 순간에 몰입할 수 있다는 건 그야말로 하느님이 주신 축복이다. 아이들은 파도와 바람 속에서 부기보드에 빠져 들었다. 시간은 느리게 흘렀고 행복은 구름처럼 퍼져 나갔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해안가를 따라 좌우로 길게 뻗은 모래사장은 걷기에 좋았다. 발을 디딜 때마다 온몸으로 스며드는 젖은 모래의 촉감이 꽤나 괜찮았다. 사람의 감성은 이럴 때 피어난다. 마치 구름처럼, 조용히 생겼다가 사르르 사라진다.


빅아일랜드의 구름은 눈에 보이지 않은

형태 없는 것들을 보이게 해 준다. 태양과 기온 차이로 형성되는 바람은 풍속과 풍향을 가짐으로 바람으로의 역할을 다하게 된다. 해풍과 웃풍은 서로를 향해 달려들며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실어 나른다. 응결된 수분은 풍향과 풍속으로 영글어져 하늘 고도를 가득 채워 나가며 각자의 구름으로 성장해 간다.

부기보드를 타며 지친 우리는 빅아일랜드에서 손꼽히는 호텔 뷔페로 향했다. 하와이의 전통 춤과 노래를 곁들인 공연을 보면서 저녁식사를 했다. 바로 옆 부둣가에서 청년들과 아이들이 바다로 뛰어들고 있었다. 무대 위 화려한 공연보다 부둣가 아이들의 일상이 더 관심이 갔다. 무엇이든 사람의 삶보다 재미있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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