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신용평가 이야기
나는 가끔 "평균"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며 난 그 평균을 지키기 위해, 꽤나 고군분투하며 살아왔다. 누구는 고작 평균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누구는 와우 평균은 했네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게, 평균이겠지만, 평균이라는 것은 보통이라는 말과는 묘하게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을 준다. 평균이야 라고 말하는 것과 보통이야 라고 말하는 것은 문맥에 맞게 적절하게 구사한다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말이란 건 그렇게 의도한 데로 전달되어지는 게 아니다.
난 다방면에 뛰어난 재주가 많은 사람은 아니다. 정확히 그와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다재다능하지 못하다 보니, 제대로 하는 것이 별로 없다. 아마도 이건 나의 아내가 제일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매주 수요일 내가 근무했던 전방 부대에서는 전투체육을 했다. 난 수요일이면 선임들로부터 평생 먹을 욕을 다 들었다. 내게로 날아오는 축구공을 피하지 않고 그림처럼 멋지게 트래핑해서 걷어 내야 되는데, 이상하게 발로 하는 모든 구기 종목은 생각처럼 그려지지 않았다. 축구공은 나의 헛발질 몇 번과 내가 있는 힘을 다해 상대방 진영으로 걷어낸 축구공이 회전이 뒤로 걸려 내 몸을 뱀처럼 감겨올라타 결국 자살골이 되었다. 난 평균을 깎아 먹다 못해 땅굴까지 파고 있었다. 그나마 손으로 하는 운동이 발보다는 나아서 둘을 합친다면 간신히 평균을 잡아주는 듯했다.
나에게 평균이란 늘 따라잡기 힘든 영역이었다. 학교성적은 비교적 중간이상은 했다지만, 그렇다고 평균이상에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난 음악적 재능을 가진 친구들이 부러웠다. 틈만 나면 악보를 보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사중창을 하는 친구들은 넘지 못할 언아더레벨이었다. 피아노도 제법 치고, 악보도 읽을 줄 아는, 그렇다 보니 피아노협주곡이나 오케스트라나 클래식을 좋아하는 친구들의 풍요로운 삶이, 그들의 인생을 평균이상으로 만들어 주는 듯했다.
또 한 친구는 그림까지 잘 그리는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는 강의를 들으면서 노트 위에 슬쩍 슬쩍 그리거나, 커피숍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한 손으로 스케치한 그림들이, 그냥 한 편의 수준급 작품보다 좋아 보였다.
"너 어디서 배웠어" 물어보면
"야 이 정도를 어디서 배워 기본이지 "
마치 이 정도는 누구나 다 그리는 거 아닌가 라는 표정을 짓는다. 아무리 용을 쓰고 지우고 다시 그려도 난 그 친구의 그림을 흉내조차 못 낸다. 그 친구는 나와 같은 화학과 동기였고, 거의 매일을 당구장에서 구력을 높이기 위해 시간을 보냈었던, 친구였다. 아마도 그 친구는 그림실력만큼은 분명 평균이상이라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아버지는 뛰어난 목수였다. 아버지는 지금 사는 단독주택을 당신 손으로 직접 쌓아 올렸다. 못질도 잘하고, 대패질도 잘하고, 미장일과 보일러 전기배선까지 남의 손을 빌리지 않았다. 거기에 많은 땅을 일구는 농사일과 젖소까지 키우는 목장일까지 했다. 그 많은 일들을 물 흐르듯 해냈다. 단언컨대 평균이상의 이상이었다. 왜 그런 능력이 유전이 안되었는지 정말 궁금했다. 명절 때면 성경책을 읽고 있는 아버지께 여쭤본다.
"아버지 왜 저한테 그런 능력을 안 물려주셨어요"
아버지는
"너한텐 다른 능력이 많잖냐"
아버지가 평가하는 나의 능력이 무엇인지 구태여 물어보지는 않았다. 나도 모르는 근면 성실 모 그런 것들을 이야기할까 봐 무서웠다.
신혼 때 벽에 망치질하는 걸 본 아내는 참다못해 자기가 하겠다고 나섰다. 두꺼비집이 나갔다던가 화장실 배수구가 막혔다던가 하는 기본적인 집안일조차 야무지지 못할걸 본 아내는 급기야 아버님 자식 맞는 거야라고 물어보았다. 하기야 틀린 말이 아니어서 달리 해줄 말이 없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나에게 평균이상의 재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키도 작은 편이라 여러 명이 모여 있으면 제일 작은 축에 속한다. 그렇다고 재능이 없는 게 키가 작아서라고 하기엔, 세상을 빛낸 재능 있는 많은 분들이 키가 작은 분들이 많이 있다. 축구만 하더라도 아르헨티나의 메쉬와 마라도나만 보더라도 키가 작은 편이다. 그 둘은 분명 평균이상의 이상으로 축구 신동들이지만,
이런 평균이상이라는 말은 늘 나에게
분발해야 되고, 노력해야만 되는, 그래야 아주 간신히 근처에라도 갈 수 있는 그런 영역의 것들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심리학적으로 자존감이 없다거나, 자신을 싫어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가끔 겸손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할 때는 있었지만, 평균이상이지 못한 내가 싫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나는 나도 모르는 분야에서 평균이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열심히 살아온 덕분일까 언제부터 인지 모르지만 은행이나 신용평가 회사에서 보내주는 문자에 평균이상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박혀있었다. 무엇이 평균이상 인지는 아직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 나이대 평균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피부로 느낄 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영 궁핍한 것도 아니어서 난 그 평균이상이라는 신용평가가 싫지 않았다.
아 나에게도 드디어 평균이상인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생각에,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 (단 신용정보회사의 평가를 신뢰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피부로 확 느껴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난 평균이상이다.
어느 부분에서 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