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갈수 없는것들

by 둥이

비타민C 를 주문했다

지인의 추천도 있었지만 언제 부터인지 건강이 걱정 되기 시작했다 또래 부모들과 비교해도 십년정도 차이가 나다보니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건강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매년 받게 되는 건강검진 항목을 늘려 나갔고 일정한 시간에 산책을 다녀왔고 평생 먹어본적 없던 건강보조제를 주문하게 되었다 집사람은 비타민C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 관련 뉴스를 스캔해서 보내왔다 이후 자주 만나는 지인분들과 식사자리에서 이 비타민 복용에 대한 열띤 토론이 몇번 있었다 다들 효과가 일편적으로 같을수만은 없었기에 심하게 반대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효과 좋다며 늦기전에 꾸준히 먹으면 심근경색 같은 급사를 피할수 있을꺼라 했다 무조건 복용을 추천하며 아무리 나쁘다 해도 안먹은것 보다 나쁘지 않다고 이야기해주는 인사는 미국사는 친구가 열심이였다 미국 간호사로 일하는 친구는 의사들의 처방전이 별것 없다는것과 비타민을 되도록 차안이나 사무실에 비치해서 습관적으로 먹을것을 추천해주었다 코로나 예방에도 좋고, 경동맥도 건강해지고 혈핵순환에도 좋다하니 급하게 두통을 주문했다


- 오빠 비타민C 먹으면 요로결석 생긴데

오빠 비타민C 효과도 없데 유트브 봐봐


시킨거니까 이것만 먹어보겠다며 평소 말 잘듣던 내가 고집을 부리니까 집사람은 더 걱정이 되었나 보다 이런 저런 할수 있는것들을 해나갔다

코로나 덕분에 그나마 산책과 독서는 내 생활의 루틴으로 자리 잡아 주었다


그렇게 건강을 위한 시간 투자에 인색하지 않으려 했다 되도록 특별히 중요 하지 않은 모임엔 참석하지 않았고 술자리도 줄여 나갔다 의식적으로도 걱정을 위한 걱정을 하지 않으려 노력해나갔다 철저히 지금 여기 현재에 존재하려 의식의 깜박이를 집중 시키려 했다 손등으로 불거진 푸른 혈관들이 걱정 되었고 다양한 혈핵검사를 매년 추가해 넣었다


그렇다

지천명이 되고 보니 일순위가 건강이 되었다

중요치 않던 게 중요하게 되었다 진작부터 그랬어야 되는 걸 이제서야 하게 되는 격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걸 거야 하며 루틴을 하나하나 잡아 나갔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혈압 관리 몸무게 관리 콜레스테롤 관리 당뇨 관리 이런 성인병 증후는 모두 금욕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자기 관리에 끝판왕이 되어야 한다 유난히 식탐이 많은 나는 엄격한 식단 관리는 어려운 일이었다 저녁을 과일이나 견과류로 유지하는 선에서 만족하고 있다 이것 마저도 탄수화물의 욕구 앞에서 무너지기 일쑤였다


살아 오면서 지켜야할 일순위는 직장과 연봉과 관계에 묻혀있었고 살아 남아야 된다는 명제 아래 건강은 이순위나 후일로 미뤄지게 되었다 그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했고 그게 당연하거나 때론 능력 있는 사람으로 보여질꺼라 생각하곤 했다 그 궤도에서 벗어난 일탈만이 객관성과 개별성을 찾아 나설수 있는 방법임에도 궤도가 만들어주는 소속감과 편안함에 묻혀 지냈다 산으로 들어갈수록 산은 보이지 않고 멀어져 가듯이 관계속에 묻혀 갈수록 존재감은 사라져 간다 산에서 내려와 멀어져 갈수록 산은 또렷한 형상으로 산등성을 보여주듯이 우리 인생 역시 내려 놓을것들을 내려 놓고 살아갈때 잃어버린 나를 만날수 있다 그렇게 되지 않아야 된다는걸 알면서도 그때는 그걸 알지 못한다


사람이 피해갈수 없는것이 있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부과 되는것중에 대표적인 두가지가 있다면 죽음과 세금 이라고 한다


되도록 피해갈수만 있다면 피해가고 싶을뿐이다 재벌도 피해가지 못하는 죽음과 세금은 하늘아래 공평하다 그나마 제벌이 아니기에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면할수 있으니 후대에 이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


스티븐 잡스도 ᆢ

재벌회장도ᆢ

전직 장관도 ᆢ

빈자도..

아이도ᆢ 노인도 ᆢ

모두 죽음과 세금을 피해 갈수 없다

세금을 줄이려다 남은 시간마져 제촉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렇틋 생명 있는것의 모든것은 흙으로 돌아간다 땅의 중력을 거스르지 못한다 땅을 붙잡고 살날이 길지가 않다는걸 잊고 살아간다 물음표을 던져 찰나의 순간을 걷어 올리고 느낌표로 채워진 풍요로울 삶을 영유해 나가야 한다 느끼고 행동해야 한다 내 삶에 끝없는 질문을 던지고 대하는 모든 사물에 감동해야 함을 삶의 지표로 살아 가고저 노력한다

어느날 허락된 호흡이 다하는날, 생기를 잃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날, 카잔차스키 묘비명 처럼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말하고 싶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카잔차스키 묘비명


건강하게 살다가 운이 다하는날

생은 선물이며 죽음은 탄생이 시작된 곳임을

다시 돌아가야 되는 곳임을

운명처럼 담담히

별것 없을 보통의

일상을 대하듯

그렇게 죽음을 대할수 있도록

기도하련다


주문했던 비타민C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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