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토모리- 죽음 그리고 습관

죽음을 기억하라 스탠트시술 이후

by 둥이

​모멘토모리 - 죽음과 친해지기


스텐트 시술을 받은 후 난 죽음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죽음은 나의 아버지처럼 팔구십에 가까운 사람들한테 해당되는 불가해한 영역이라 생각했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오지만, 그게 그렇게 가까이 있다는 걸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거리상으로도 시간상으로도, 죽음은 꽤나 오랜 후에 나에게 찾아올 거라 생각하며, 나와는 무관한 것처럼 살아간다. 마치 나는 죽지 않을 것만 같은 생각까지 하게 된다. 칡흙 같은 어두운 밤에 반짝이는 별처럼, 죽음은 항상 존재하지만, 그 시공간의 거리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한 달 전 난 무증상 허열증이란 병명으로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그 이후로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그날 이후 나에게 많은 변화가 생겼다.



죽음이 그렇게 가까이 있었다는 생각은 날 움직이게 만들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변하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죽음이 나의 심장을 멈춰세울지 모른다. 그야말로 공포다.



심장 1번 관상동맥이 개수대 막히듯 치 꽉 막혀있는 사진을 멍하니 바라본다. 다행히 막힌 혈관 주변으로 작은 모세혈관이 만들어져 심장근육이 괴사하지 않았다는 주치의의 말이 허공을 맴돈다.



"메멘토 모리 -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 이 말이 책 속의 글이 아닌 심장을 뚫고 지나가는 화살이 된다.



막연한 두려움이었던 죽음은 이제는 주변을 잘 정리하고 죽을 수 있게끔 그런 시간을 허용해 주는 죽음이기를 기도한다.



가민 러너 워치를 차고 영하 15도 저녁 밤 운동장을 달린다. 일 년 전 저렇게 운동장을 뛰고 있는 누군가를 보며 "젊군 이 겨울에" 웃었던 기억이 난다.



메멘토 모리 나에게 죽음은 더 이상 불가해한 영역이 아니다. 이제 좀 더 죽음과 친숙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