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꾸게 해주는 것들에 대하여

심장스탠트가 불러온 달리기와 피아노

by 둥이

나를 바꾸게 해주는 것들에 대하여

평소 생각만 하다 하지 못한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매해 새해가 되면 다짐하게 되는 것들이 그런 것들이다. 이번에는 끝까지 완주하리라 생각했던 영어 공부라든가, 아이들과 지리산 등반하기라든가, 그보다 조금은 쉬워 보이는 식생활 개선이라든가, 이런저런 것들이 많이 있지만 정작 며칠 하다가 처음에 생각했던 결기는 흐지부지 해지고, 어느새 익숙한 생활 속에 젖어 들어 그에 적합한 이유를 찾게 된다. 늘 거기에는 합당한 이유라는 게 있기는 했지만, 누가 들어도 그건 변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뭔가 다르다. 아니 뭔가 달라져야만 했다. 12월 17일 나의 심장 안에 금속 스텐트가 들어갔다.



살다 보면 그런 순간들이 있다. 변해야 되는 시점, 지나고 나서야 아는 것들도 있고, 교통사고가 질병처럼 인생 전체를 바꾸게 해주는 사건들도 있다.



18년 7월에 교통사고, 그리고 25년 12월 17일의 심장 스텐트 시술,



십 년 전 교통사고 이후 난 내가 언제 어느 순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사고로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교통사고는 나를 겸손하게 살게 해 주었고 또 더 열심히 살게도 해 주었다. 심장 속에 박힌 금속 스텐트는 교통사고와는 정반대로 내 버릇과 생활 전체를 바꾸게 해주었다.



심장에 스텐트를 박고 나서야, (통증과 죽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닫고 나서야) 난 달리기를 시작할 수 있었고, 라면과 탄수화물을 끊을 수 있었다.



게으름과 식탐으로 매번 도저히 시도도 해보지 못했던 것들이었지만,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느님만이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꾸지 못한 결과는 결국 몸으로 온다. 이젠 바꿀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바꿔 나가보려 한다.



달리기 3주 차


온도 영하 10도


하루 5km ~10km


평균 심박수 140 ~150


시간 50분 ~ 70분



속옷이 젖어 들어가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눈 덮인 운동장, 눈 밟는 소리가 나를 격려해 준다.



소식을 하고 탄수화물을 줄이고 두부와 양배추 고구마와 양파를 먹는다. 그중 백미는 국물 안먹기.



그것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림자처럼 따라붙던 우울감이 서서히 옅어져 갔다. 책 읽기처럼, 글쓰기처럼, 그런 몰입감으로, 내 시간 속으로 악착같이 달라붙어서 나를 바꾸게 해 주기를, 바라본다.



아들이 어느 날 들려준 베토벤 바이러스 피아노 연주곡을 들으며, 천둥이 치는듯한 강한 욕구가 내게 밀려왔다. "그래 피아노를 배우자"



1월 29일 목요일 16시



난 아내가 소개해 준 피아노 선생님께 전화했다. 그리고 첫 수업을 예약했다.



나를 바꿀 수 있게 해주는 것들은 그리 먼데 있지 않다. 어쩌면 금속 스텐트가 열어준 막힌 혈류가 나의 심장을 뛰게 해 주었는지 모른다.



고맙다. 심장 스텐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