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꾸게 하는 것들에 대하여
피아노 배우기
어느 날 피아노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치 배우고자 결심만 한다면 금방이라도 피아노를 칠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난 베토벤의 바이러스 피아노곡을 듣다가 피아노 치는 상상을 하며 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그날 저녁 열세 살 된 아들한테 높은 음자리와 낮은음 자리의 음계를 배웠다. 다섯 줄에 매달려 있는 음계들이 어떤 소리를 내는지, 반세기 전에 배웠던 다장조의 음악 시간을 생각했다.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음계를 이해하고, 양손으로 아름다운 반주를 해나가는지, AI나 가능한 수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피아노 소리는 듣기에 편안하다.
마치 깊은 우물 속에서 들려오는 울림처럼 들린다. 귀에 와닿는 소리가 눈으로 보이는 것 같다. 보는 것과 듣는 것의 경계가 희미해져 간다.
천국에도 예술이 있다면 분명 음악일 거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피아노 소리를 듣다 보면 나는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이 된다.
1월 27일 화 오후 5시 피아노 첫 수업
나를 바꾸게 해주는 것들에 피아노가 추가되었다.
이상하게 늙어갈수록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아진다. 스쳐가는 욕구라 해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데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