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20도 하얀 김 이웃 달리기 일상의 이야기
경사진 골목길
앞도 보이지 않는 리어카를 몰고 가시는 할아버지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뿜어 저 나온다.
경사진 골몰 길을 힘들게 밀고 가는 리어카 위에는 동네를 돌며 주워모는 골판지 상자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하나라도 더 쌓기 위해 리어카 양옆으로 상자 하나가 더 적재되어 앞이 보이지 않는다. 뒤에서 보면 사람은 보이지 않고 리어카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경사로를 산책하는 사람 한둘이 할아버지를 도와 리어카를 밀어준다. 한 명은 할아버지보다 더 연로하신 할머니였고 한 명은 나였다.
계단 오르기가 심혈관 건강에 좋다는 유튜브를 보고 경사진 골목길만 보면 평소 가지 않던 골목길로 산책길을 나선다.
경사로 양옆으로 빼곡히 들어선 연립주택들은 비스듬히 경사면을 채우고 있다. 창틈으로 들어오는 찬바람에 창가의 반은 하얗게 얼어 있다. 보일러 연통 위로 하얀 연기가 봉화 피워 오르듯 날아오른다. 아마 연기마저 없었다면 사람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 옆으로 어제부터 사다리차가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삼층 위에 살림살이를 내려놓는다. 그제야 빨간 벽돌의 연립주택 외벽에 붙어있는 재건축 승인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조촐한 살림살이 다 실어도 트럭 한 대 공간이 남아 보인다. 그것도 아니라면 이미 몇 번을 실어 나른 것일까
평소 가지 않던 경사진 골목길을 걷다 보면 같은 시간임에도 그곳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것을 보게 된다.
골판지를 실은 리어카
하얀 연기를 품어내는 연통
한겨울에 짐을 쌓여만 하는 주민들
그분들은 생계를 위해 걷는 그 골목길을 난 심혈관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한다.
늘 보던 것만 보고 늘 걷던 길만 걸으면 볼 수 없다. 가끔은 뒤도 돌아보고 옆도 쳐다보고 안 가던 길도 걸어보고, 네 이웃을 본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쉬운 일도 아니다.
영하 20도 하얀 김들이 여기저기 피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