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기에 대해서
그림 그리기
"그림은 정신이 보는 것을 눈의 즐거움을 위해 재현하는 것이다. 눈이 세상에서 보는 것은 정신이 허락하는 만큼 그림에 반영된다. 따라서 아름다움이란 정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눈을 통해 세상에서 다시 발견하는 것이다."
<내 이름은 빨강 중에서 - 오르한파묵>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햇볕이 잘 드는 강의실 구석에 앉아 시간이 느리게 갔던 물리화학 강의시간 내내 앞자리에 앉은 여학생을 스케치하곤 했다.
쓱쓱 손 가는 데로 낙서를 하는 듯했다. 지우개로 지우지 않고도 거 친선 들은 묘하게 어우러저 머리카락의 한 올 한 올의 명암과 울퉁불퉁한 얼굴선을 살아나게 해 주었다. 대학노트 안에는 강의 내용보다 그렇게 그려나간 인물화와 풍경들이 펼쳐져 있었다.
처음에는 낙서 같았던 연필자국들은 점점 입체감이 더해지며 사람의 형태로 살아났다. 그것만큼 신비로운 게 없었다. 난 그림을 잘 그리는 그 친구와 친하게 지냈다. 그 친구는 아무렇지도 않게 멋진 그림들을 그리면서도, 누구에게 자랑하거나 보여주지 않았다.
그냥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그 정도는 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르한 파묵은 내 이름은 빨강이라는 소설에서 그림 그리기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린다는 것은 보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본다는 것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내 이름은 빨강 중에서>
나는 미켈라젤로나 레오나르도다빈치처럼 누구나 다 알만한 화가들의 그림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가끔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강의실에서 그림을 그리던 그 친구의 그림은 생각이 난다. 그 친구는 본 것을 그대로 그렸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하얀 노트 안에서 그림들은 살아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