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넘어 피아노 배우기
안단테의 속도로 피아노 배우기 1.
매주 목요일 오후 4시에 피아노를 배운다. 아내가 소개해 준 강사분은 오십 대 후반에서 육십 대 중반의 나이대로 보였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발머리 테가 얇은 은 색안경을 코에 걸치고 피아노 건반처럼 두 옥타브 높은음으로 대화를 나눈다. 목소리가 공중으로 흩어지지 않고 비교적 정확한 음색으로 귀에 와닿는다.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음색이어서 강습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무언가를 설명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선 평소 데시벨보다 조금 높은 음절과 리듬으로 목소리가 바뀐다. 가르치는데 익숙해진 목소리 오랜 시간 무언인가에 길들여진 음색이다. 안단테보다는 모데 리토의 가까운 빠르기로 수업이 진행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의 왼손과 오른손에 잔뜩 힘이 들어간다. 잘 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배우지도 않았지만 실수하지 않고 피아노 건반을 누르기 위해 노력한다. 피아노 건반을 찾아 손가락과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인다. 바로 눈앞에 있는 피아노 건반을 찾아 손가락을 움직이는데 들어가는 에너지 효율이, 하루를 살아가는데 들어가는 에너지 효율을 넘어선다. 특히나 약지와 새끼손가락은 뇌의 통솔력 밖에 있는듯하다. 좀처럼 생각하는 데로 움직이지 않는다. 허공에서 반항하는 새끼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린다. 그렇다 보니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을 의식해서 손등과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음계가 두 계단 떨어진 음표를 칠 때면 손가락이 위로 올라가야 될지 아래로 내려가야 될지 방황한다. 건반 위에 올려놓은 오른손은 점점 악력으로 힘이 들어간다. 공중에 떠있어야 할 손등이 어느새 피아노 건반 끝으로 바짝 붙어있게 된다. 그렇게 시킨 사람도 없는데 손등과 손가락은 그 자세를 쉬 바꾸려 하지 않는다.
음표에 나와있는 숫자를 보고 손가락에 부여된 숫자를 생각한다. 높은 음자리 도와 낮은음 자리 도를 기억하기 위해 다섯 줄 음계 표의 위치를 쳐다본다. 도레미파솔라시도 오른손의 움직임과 왼손의 움직임이 반대여서 혼란스럽다. 처음이라 그런가 음계는 보이지 않고 숫자만 보인다. 그마저도 숫자와 손가락의 숫자를 정확하게 연계시키는 게 쉽지만은 않다.
왼손을 높은 음자리 도로 옮기라는 악보를 본다. 두 박자 늦게 왼손이 움직인다. 잘하고 있다는 격려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열 개의 손가락이 정확하게 피아노 건반 위로 올려놓기 위한 방법은 단순하다. 재능과 노력은 양립되지 않는다. 1% 아니 0.1% 외에는 모두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
뉴런 끝을 감싸고 있는 미엘린 층을 두껍게 만들어야 한다. 탤런트 코드의 작가는 모은 음악적인 기술 즉 피아노와 바이올린과 첼로와 플롯들은 재능보다는 노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음악과 스포츠 바둑과 체스 그리고 공부와 삶의 모든 것들은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스킬이 몸속에 배어들게 해야 된다고 한다. 전두엽 속 뉴런 신경섬유의 네트워크보다는 신경섬유를 감싸고 있는 미엘인 층이 이러한 반복적인 학습을 저장하게 되고 저장된 학습효과로 인해 미엘인 층이 두꺼워진다.
노력하면 된다는 걸 알면서도 뇌는 스스로 그 경지에 도달하려는 시도를 포기한다. 쏟아부어야 할 에너지와 시간들이 스스로를 위축되게 만든다.
베토벤 바이러스 피아노 연주곡, 그 경지까지는 안 되겠지만, 오선 화음을 읽고 느리게, 안단테의 속도로,
아이들과 앉아서 피아노 협주곡 하나라도 칠 수 있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