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가진 단순함 그 위대함에 대하여
그가 지닌 단순함은 때론 사람들을 매혹 시키며 때론 사람들을 당혹 시켰다. 사람들은 사물에 얽매이지 않는 그에 자유로움에 찬사를 보냈다. 사람들은 그가 지닌 단순함과 직면 하게 될때 자신들이 갖고 있는 복잡하게 얽혀 자유롭지 못한 감정을 그곳에다 끼워 맞춰 보고 싶어한다. 그렇게 함으로 훨씬 가벼워진 감정을 느껴 보게 된다. 단순함이 복잡함을 앞서는 이유는 사물에만 극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 관계 역시 이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서로간의 궤도를 유지해 나가는 뼈대가 되어준다 . 디자인의 본질이 단순함에 있음이 틀린말이 아니다. 성격과 관계 효율 눈에 보이지 않은 형태의 것들 역시 단순함에 혜택을 받아 좋아진다. 그 명백함과 선명함을 오래전부터 김과장은 알고 있는듯 했다.
내가 아는 김과장은 그런 사람이다. 지금은 임원으로 승진해서 나완 볼일이 더 없어진 인연이 되었지만 한없이 일만 하던 쥬니어 시절에는 업무상 피해갈수 없는 길목엔 김과장이 버티고 서 있었고 그와의 업무 회의는 회사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던 지라 늘 긴장을 유지한채 고객사로 향해야만 했다.
내겐 피하고 싶은 독배 였고 어떻하든 다른 사람을 들여보내 그 시간을 회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김과장은 유독 팀장이였던 나만을 찾았고 대부분의 회의는 내차지가 되었다.
복잡함을 단순하게 만드는 그의 능력은 얽혀 있는 감정을 풀어 내는데 있어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듯 했다. 다정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렇타고 주변을 잘 챙기지도 못하였다. 디테일도 없었고 말주변이 좋은것도 아니였다. 하지만 이상하리 만큼 그주변엔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을 대하는 그의 자세는 상대방의 나이와 목소리 옷차림 상대방이 자기에게 대하는 예의 회사이름과 직위 차배기량 그 사람의 능력 출신대학 성격등이, 없는것처럼 아예 그런것들은 그사람의 것이 아닌것처럼, 그것을 떼어내고 그 사람을 필요한 부분만 상대하는듯 했다. 어찌보면 그것은 인간적이지 않다 매정하다 느껴질때도 있지만 형식에 메이지 않고 원하는 바를 이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홍차장님 수율이 안좋아요 일본 필름 보다 좋은걸로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이론적인것 말고 결과적인걸로 이야기 하셔야죠"
국산화라는 프리미엄과 기술 우의 두가지 선점 이유는 수율저하라는 수치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채 이유만 늘어 놓게 만들었고 회의가 길어질수록 궁색해져 갔다.
회의 내내 등줄기로 땀이 흘러 내렸다. 그는 수율수치로 빠져 나갈수 없는 코너로 밀어 넣었다.
그틈을 비집고 다른 직원들이 끼어들며 이야기 한다.
"김과장님 이참에 바꾸셔야 되요 수율이 떨어져서 납품 빵구나면 큰일납니다"
김과장은 바꿔야 된다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그 말을 쏟아낸 직원을 향해 드라이한 목소리로 쏟아붓는다.
"그렇다고 바꿔요 그렇게 쉬운거면 회의는 왜 합니까 협력사 부르지도 말고 통보 해야죠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구요 그런 소리 할거면 회의 들어오지 마세요"
그에겐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침대 광고가 아닌 진짜 편안함)과 노련한 단순함이 있었다. 누가 모라해도 원인과 대책을 세우는 회사 생활의 전부라 할수있는 그 업무를 쉽게 하려 들지 않았다. 그 전임자들이 너무나도 쉽게 업무를 해왔던 터라 수율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바뀌기 일쑤였던 관행이 근본적인 본질로써 대처되기 시작한건 그 싯점이였다. 우리 제품은 그의 단백한 단순함으로 고우 앤 스톱에서 벗어날수 있었다. 까칠한 그가 고마워 지기 시작할때쯤 친해보려 몇마디 말을 건내도 보고 표정 변화도 주었지만 나를 대하는 그의 행동은 그 단순함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
고민한다고 해결이 되지 않는것들은 처음부터 그의 생각속으로 들어오지 않는듯 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에 처음부터 관심이 없는듯 했다. 알고 지낸지 한참후에야 김과장이 다섯살 어린다는걸 알게 되었다. 그에겐 나이는 중요치 않은듯 했다.
절차와 예식에 갇혀 있지 않았고 그것들이 그를 붙잡아 두지도 못했다. 단순함과 자유로움은 그를 꼰대에서 벗어날수 있게 해준듯했다.
지금도 그렇치만 우리 사회는 회의 준비를 위해 회의를 하고 또 그 회의준비를 위한 회의를 위해 모임을 가진다. 회의 내용과 접근도 기승전결 짜여진 구성과 테두리안에서 이야기하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김과장은 그런것 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임원이 되어서도 그런 불필요한 회의와 보고서 그를 위한 접대 식사도 하지 않았다.
유행이 타지 않을듯한 청바지와 목이 늘어난 베이지색 면티 갈색 단화 업무용 수첩 하나를 들고 회의에 들어온다. 짧은 회의시간, 근본에 대처하는 업무스타일은 단순 했지만 효율이 좋았다. 첫인상 과는 다르게 회의를 거듭할수록, 그의 스타일에 길들여 질수록 묘한 흡입력이 있었다.
세상사에 얽혀 있는 모든 복잡함은 어찌보면 본질의 단순함을 잃어 버려서 인지도 모른다.
그의 단순함은 업무 외적인 것에서도 두드려 졌다. 말수도 적었지만 뒷끝과 같은 감정이 남지 않았다. 회의 자료는 A4 한장에 그것도 5줄 정도로 정리되어 보내져 왔다.
"식사 좋은걸로 하실까요"
"좋은게 뭔데요 백반 해요"
"추석선물 보내드릴께요"
"보내지 마세요 들고 가기 힘들어요"
"안바꿀거예요 좋아질때까지"
"저한테 자꾸 전화하지 마세요 필요하면 저희가 드릴께요"
"회의자료 필요 없어요"
"방향만 정하면 됩니다"
"편하게 입고 오세요 청바지에 면티 입었다고 안들여보내면 제 이름 대세요"
그가 한말이 내겐 동아줄이 되었고 그해 매출 유지에 혁격한 공을 세울수 있었다.
그는 모든 문제를 그 단순성으로 풀어 나가는듯 했다.
지금도 가끔 잊혀 질때쯤 그에게 전화가 온다. 특별히 할말이 있어서도 아님을 알고 전화를 받지만 잃어버린 긴장감이 순식간에 등줄기로 달라 붙는다.
"홍이사님" "사람이 한명 비거든요 골프 대타 시간 되시나요"
"네 상무님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그가 가진 단순함이 내게 없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 해본다. 한번쯤 튕겨 볼만도 하건만 기다렸다는 듯이 가겠다고 말해버린 나의 비굴함과 조급함과 이러저런 알수없는 애매함이 나를 서글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