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시간

옥수수

by 둥이

아버지의 시간

아버지는 갈아 엎은 흙위로 씨를 뿌렸어요.

작물마다 때에 맞춰 씨를 뿌리고 묘종을 심었지요. 흙속에 숨겨둔 보물은 그렇게 아버지에게 행복을 만들어 주었지요.

아버지는 이른 새벽 해보다 먼저 일어나 밭으로 나갔어요. 밤새 자랐을 보물을 만나러 바짓단에 새벽 이슬을 적셨지요. 그 수고가 힘들지 않았던건 씨앗들이 얼마큼 자랐는지 궁금해서 였어요.

해를 따라 생활 하는 사람들의 시간은 정직했어요. 정직하고 성실해야만 해에 시간에 맞춰 자랄수가 있었어요. 푸른 여명이 산기슭을 물들이면 짙은 어둠은 오래버티지 못하고 물러날 채비를 하죠. 그때쯤 새벽이슬은 작물 잎새에 내려야 앉습니다. 농부는 그 새벽이슬에 바짓단을 적신담니다.


아버지는 자식을 키우듯 옥수우와 고추를 길러냈어요. 흙속에 뿌려진 씨앗이 연녹색 새싹을 품어 낼때 늙수구레한 아버지는 젊어 졌어요. 아버지는 옥수수를 따며 감자를 케며 노래를 불렀어요. 혈색이 좋아졌지요. 보약이 따로 없었어요.


겨우네 헐거워진 피부는 햇볕을 받아 구리빛으로 탱탱해졌고, 흐릿해진 눈빛이 삶의 의욕으로 반짝 거렸죠. 손등위로 패어진 깊은 주름골로 건강한 땀방울이 흘러내렸어요. 더이상 붉은 피가 흐를것 같지 않은 푸른 정맥이 거칠어진 피부위에서 꿈틀거렸어요. 잔주름으로 덮혀있는 입가엔 환한 미소가 아름답게 번져 있었죠.아버지의 시간이 거기에 있었어요. 아버지의 삶을 의미있게 해주는 것들은 우리가 그렇게 그만 일하라고 하는것에 있었어요. 아버지의 청춘은 좋아하는 일속에 묻혀 있었어요.


연녹색의 새싹이 자라나 초여름 열매가 될때까지 아버지의 시간은 청춘이 되었어요. 울퉁불뚱한 주먹만해진 감자와 살이 포동포동 하게 올라온 하얀 옥수수가 아버지를 웃게 해주었지요. 아버지는 이때 만큼은 누구보다 생기가 돌았어요.


옥수수 알이 빼곡히 들어선 옥수수를 볼 때마다 아버지 생각이 나네요. 옥수수는 아버지를 닮았어요. 힘든 밭일이 마냥 즐거운건 자식들에게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서 이겠죠.

아버지가 보내주시는 옥수수와 감자를 더 오랫동안 먹게 해달라고 기도 드려요. 언제가는 아버지의 옥수수를 먹고 싶어도 못먹을때가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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