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못 18개를 돌리며

이사후기

by 둥이

볼트와 너트를 조이며 이사 후기

이사를 하고 나면 여기 저기 손볼때가 많이 생긴다. 그건 그냥 무심히 참고 견딜만한 것들이 아니여서 눈에 보이는 데로 고쳐 주어야 한다. 수평이 맞지 않는 책꽂이와 소리가 심하게 나는 나무 침대 그리고 어두운 실내 조명, 욕실 샤워 꼭지 교체등 아내 눈에 보이는것들은 바로 바로 고쳐야 한다. 좀이라도 늦장을 부렸다간 야단을 맞는다. 나라는 사람은 그런면에 게으르고 또 꼼꼼하지가 않아서 왠만해선 망치질도 하지 않는다.

아내는 그런 나의 빈틈을 이음새로 잘 매듭지어 준다. 아내는 늘 나보다 먼저 공구함을 뒤진다.

눈치를 봐가며 힘쓰는 일들은 내가 하겠다며 드라이버를 손에 쥐었다. 쉬운일 부터 해야겠다고 고른게 침대 삐걱 거리는 소리, 나사만 조여주면 되겠지 생각을 했다.

아이들 침대에서 나는 소리는 최대한 빨리 손을 봐야만 하는 심각한 소음을 내고 있었다.

우선 두꺼운 메트리스를 걷어내고 나무침대 받침대에 박혀있는 나사못을 드라이버로 돌려 빼기 시작했다. 몇개만 빼면 될줄 알았는데 정확히 18개가 박혀 있었다. 그것도 꽤 긴 나사못이여서 빼는게 쉽지는 않았다. 이것도 일이라고 손에 물집이 잡히고 이마위로 땅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침대 받침대를 걷어내고 침대의 사각 프레임에 박혀있는 볼트와 너트를 조이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데로 볼트와 너트가 거의 조여지지 않은체 서로 붙들고만 있었다.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이걸 놓칠리가 없는데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네 기둥의 볼트를 조여 나갔다. 이럴때 사용하는 전동드릴을 사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드라이버에 힘을 주었다. 볼트와 너트가 서로를 잡아 당길수록 나무침대 프레임은 단단해져 갔다. 삐걱 삐걱 심각했던 소음이 싹 사라졌다. 올라가서 누워보고 흔들어 보아도 소리는 나지 않았다.


볼트를 조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부관계도 볼트와 너트 같다는 ᆢ 볼트와 너트는 너무 세게도, 너무 느슨하게도, 서로가 서로를 적당히 잡고 있어야만 관계라는 몸통이 온전히 단단해 질수 있다. 이렇게 나무 침대처럼 서로에게 조여지지 않고 느슨하게 멀어져 있으면 듣기싫은 소리가 심하게 나게 된다. 그렇타고 너무 세게만 조이면 나무기둥이 상하게 된다. 관계는 조심스럽고 예민해서 상대방을 배려해야 된다.

볼트와 너트는 서로를 휘감고 돌아야만 제대로된 기능을 할수가 있다. 조금이라도 느슨하게 감겨 있으면 사물을 지탱해 줄수가 없다. 볼트를 조여 갈수록 틈새가 없어져 갔다. 이상하리 만치 유격이 없어져 가는 것을 보면서 쾌감이 밀려왔다. 엷은 미소가 입가에 번져갔다. 소리가 안나는것을 확인한후 나무 받침대를 다시 깔고 18개의 나사못을 다시 박기 시작했다.


"나사못을 왜 18개씩이나 박아 놨을까".

조립하면서도 18개는 좀 과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메트리스를 깔고 그 위에 침대보를 씌었다. 아이들이 들어오면 아빠가 고쳤다며 자랑할 거리가 생겼다.

내일은 책장을 손봐야 겠다.


"당신은 이제 막 여든두 살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쉰여덟 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요즘 들어 나는 당신과 또다시 사랑에 빠졌습니다. 내 몸을 꼭 안아두는 당신 몸의 온기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입니다"

앙드레고르 D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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