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삶의 기쁨은 어떤 느낌일까?
작년 여름이었던 것 같다.
정말 아무 조건 없이 행복했던 그 순간의 기억은
내 삶을 바라보는 모든 관점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유독 산행을 좋아하는 나는
그때 당시 매일 새벽에 동네 뒷산에 오르고 있었다.
산이 주는 신선함과 청명한 아침 새소리의 반가운 지저귐은
흐리고 혼탁한 나의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해 주는 것 같아서
산행을 가지 않은 날과의 차이를
명확하게 인식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장마철에는 산에 오를 수 없는 그 안타까운 마음이 더욱 깊어질 무렵.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아침마다 창문을 열고
동네 뒷산을 기웃거렸다.
오늘은 올라갈 수 있으려나 싶어 바라보면 부슬비가 내리기 일쑤였기에
늘 아쉬운 입맛을 다시고는 그렇게 포기하기를 며칠.
드디어 새벽에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 찾아왔다.
비록 하늘은 여전히 구름으로 가득 뒤덮여 있었고
산은 운무가 가득해서 조금은 저어 되기도 했지만,
마음에 차오르는 그 정화의 느낌에 대한 그리움으로
무작정 산으로 향했다.
아니 어쩌면 그냥 무엇에 홀린 듯한 이끌림일지도 모르겠다.
며칠을 계속해서 내린 비 때문인지,
산이 품어줄 수 있는 용량은 이미 한계를 넘어서서
군데군데 물 웅덩이가 생겨 있었다.
자칫 잘못 디디면 미끄러져서 넘어지기 십상인 산의 상태.
약간의 망설임은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오를 수 있는 것이 어디냐며
스멀스멀 올라오는 후회의 감정을 꾹꾹 누르고 발길을 옮겼다.
한 발 한 발 내딛기를 집중하며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산 정상에 다다랐을 무렵.
산 꼭대기에 있는 자그마한 정자와 운동기구 위로
구름을 뚫고 나온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주변의 산천초목은 질식하기 직전의 상태를 벗어나려 하는 듯.
나무와 풀 주변으로 수증기를 닮은 운무를
가득 뱉어내고 있었다.
그냥 망연자실한 느낌으로 바라보았다.
걸음을 멈춘 채로 그렇게 한동안 경탄으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마치 이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홀린 듯 나를 이끌어 준 신의 은총처럼
산 정상은 그야말로 신성하고 경이로움 그 자체로 날 맞아주었다.
자연의 아름다움 앞에 선 인간.
빛과 생명이 가득한 그 공간에서 자연의 일부인 인간 역시
그 주파수에 공명하며 경건하게 마음의 오만함을 내려놓게 된다.
삶의 진정한 기쁨과 행복 그리고 감사함.
그 감정은 단지 세속적인 성공이나
물질적 풍요에서 오는 만족과는 다르다.
아무 조건 없이 내어준 신의 섭리 앞에서
그저 이런 세상에 잠시 쉬어갈 수 있음을 허락해 주신 것에 감사할 뿐.
이성과 감정의 줄다리기 위에서
에고로 가득 찬 나의 일상.
그 안에서 제로섬게임으로 얻어내는 기쁨은
언제나 상실을 함께 수반한다.
그래서 분열과 투쟁의 벗어날 수 없는 굴레 안에 우린 숨을 허덕이며
시지프처럼 고통의 길을 걷는다.
그러다가 마주한 지극히 순수한 기쁨과 감사.
아무 조건 없이 온전히 받는 그 사랑과 은혜.
우리의 영혼이 진정한 마음의 울림으로
설레는 그 순간을 마음에 받을 때
그때가 바로 진정한 삶의 꽃비를 맞는 순간이 아닐까?
그날 이후, 비단 산행에서 뿐만이 아니라
모든 자연의 속삭임을 자주 느끼는 존재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이것은 바로 깨어있음이며 알아차림이자 존재의 인식이었다.
그 안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는 정말 커다란 은혜가
풍족하게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인생의 꽃길은 진정한 기쁨 안에서 펼쳐진다.
진정한 풍요는 이미 우리 주변에 널려있다는 사실을 인식한 순간.
마음에 품었던 결핍의 고통이 희석되고
가슴 언저리가 따듯해진다.
우린 그런 경험을 삶에 가득 드리울 자격이 있는 존재였다는 것.
그 인식으로부터 꽃길은 찬란하게 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