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세븐틴 (3)

by 허아른

“날짜는 정확히 써 있었나요?”

“네, 정확합니다. 자필도 확실하고요.”


다시 정리해보자. 열일곱 살이 되고 싶지 않아서 우울증을 앓던 소년이 마침내 17세 생일을 맞았다. 미역국을 먹고 한 시간 정도 쉰 후, 농약으로 티타임을 가지며 유언장을 쓴다. 유언장의 내용은 삼촌에게 재산을 물려준다는 것. 그다음엔 욕조에 들어가 따뜻한 물에 몸을 눕힌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잠깐만.


어, 어라? 왜지? 잠깐만, 늦었잖아?


“사, 사망 추정 시각 좀 다시 얘기해줄래요?”

“최소 3시간입니다. 따뜻한 물 속에 꽤 오래 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추정은 어렵다고 합니다.”

“최대는?”

“예?”

“최대 몇 시간?”

“최대… 48시간입니다.”

“그렇다면, 그 전날 죽었을 가능성도 있겠죠?”

“어… 예… 물리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그건 어째서…”


그래, 그거다. 어쩌면 지금까지, 완전히 착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수사관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수사관님 지금 나이가 49세죠?”

“예… 그런데요?”

“만약 수사관님이 50세가 되는 게 죽기보다 싫어서 자살을 결심했다고 칩시다.”

“아뇨 전 그렇지….”

“일단 그렇다 치자고요. 만약 그렇다면 언제 죽겠습니까?”

“예? 그야 50세가 되기 전에….”

“가장 이상적인 날짜는 생일 전날이겠죠?”

“예, 예.”

“그런데 이 소년은 대체 왜 열일곱 생일까지 기다렸다가 죽었을까요?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실제로….”

“실제로는 그 전날에 이미 자살한 게 아닐까요?”

“하지만 유서의 날짜가….”

“날짜를 틀렸다면요?”

“자기 아버지처럼 말입니까? 아무리 그래도 대를 이어 그런 실수를 할 리가 없지요. 게다가 2023년 12월 31일을 2024년 1월 1일로 착각할 리는 없지 않습니까?”


나는 입을 꽉 깨물고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착각이 아니라 고의로 틀린 겁니다. 정확히는, 미리 써둔 겁니다. 2024년 1월 1일 시점으로.”

“어째서요?”

“유언의 능력이 법적으로 인정되는 건 열일곱 살부터니까요. 2023년에 쓰면 무효가 되는 겁니다. 2024년 1월 1일은 유언이 인정되는 가장 빠른 날이라고요.”

“…?”


다시 상상해보자. 형이 유언장에 날짜를 잘못 쓴 바람에 조카에게 상속분을 빼앗긴 삼촌. 그 삼촌이 조카를 키운다. 언젠가 조카에게 다시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그런 관계이니 집에서 이렇다 할 대화가 있을 리 없다. 삼촌은 한번 유언장 효력 문제로 쓴맛을 본 터라, 결격 없는 유언장 확보에 더 집착하게 된다. 게다가 우울증에 시달리는, 언제 자살해도 이상하지 않은 조카의 상태도 문제다. 그래서 유언능력이 발휘되는 최대한 빠른 시점으로 미리 유언장을 작성하게 한다. 그것이 2024년 1월 1일. 그리고 그 유언장의 존재가 조카의 상태를 더 악화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어쩌면 2024년 1월 1일에 삼촌에게 살해당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된다. 점점 다가오는 공포를 이기지 못해 결국 2024년이 되기 직전에 자살을 한다. 평범하게 농약을 먹고. 그리고 곧 삼촌에게 발견된다. 그래, 이러면 말이 된다.


“제1 발견자인 삼촌이 사망 시각을 위조한 겁니다. 적어도 2024년이 된 후에 죽어주지 않으면 유산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불분명하니까요.”


상속 순위는 보통 직계 비속이 1순위, 직계 존속이 2순위다. 자식이 있으면 자식, 없으면 부모, 없으면 조부모… 쉽게 말해 촌수가 우선이다. 이걸로만 따지면 유산상속은 한 명뿐인 직계 존속, 즉 할머니가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삼촌 입장에서는 관계가 나쁜 어머니를 거쳐 자산 상속을 받는다는 것이 불안하기 짝이 없었으리라.


그런데 2024년이 되기도 전에 조카가 자살해 버렸다. 조카를 발견한 삼촌은 일단 옷을 벗겨 욕조로 데려가 눕힌 후, 욕조에 얼음을 가득 채워 넣는다. 부패가 시작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욕실의 창문은 열어두고, 온열 장치는 꺼놓는다. 다음 날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이번엔 욕실의 온도를 최대한 올린다. 조카가 따뜻한 물 속에 있었던 것으로 위장하기 위해 욕조의 얼음물을 욕실 채로 데운 것이다. 그러고 나서 적당히 물이 따뜻해지면 경찰에 신고한다… 이러면 말이 된다.


“하지만 미역국은요?”

“미역국?”

“보통 생일 전날에는 미역국을 안 먹지 않습니까? 다음 날 먹을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겠죠.”

“그렇다면 역시 1월 1일에 죽은 게….”

“그래서 덜 익었던 겁니다.”


이전 02화안녕, 세븐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