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비행기에 탈 때부터 안고 있었던 것 같다. 40대 아저씨와 유럽 스타일의 인형.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다.
“아, 이거요?”
남자가 자리에 고쳐 앉아 인형을 들어 보인다. 속마음을 읽힌 것 같아 괜히 민망해졌다. 아저씨가 주책이라고 생각한 것처럼 느낄까 봐, 얼른 한마디를 얹었다.
“비스크 돌…이라고 하죠? 조금 특이하네요.”
“요즘 것들과는 많이 다르죠? 오래된 물건이라서요.”
남자는 씨익 웃으면서 대답했다. 특이하다는 게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지만, 남자의 말대로다. 요즘 사람들이 흔히 비스크 돌이라고 부르는 것들과는 조금… 아니, 많이 다르다. 가느다란 선을 뽐내는 요즘 스타일 미형의 얼굴이 아니라 좀 더 고전적인, 동글동글한 얼굴이다. 매끈하고 투명하게 빠진 피부가 아니라, 자잘하게 가는 흠들이 있는… 금이 간 거친 피부다. 그래도 관리는 잘 해왔는지 표면만큼은 반짝반짝 윤기가 난다. 오히려 그 점이 더 불길하게 보이긴 했지만. 어쨌거나 전반적으로 요즘 부르는 ‘비스크 돌’이라는 이름보다는, 옛날식으로 ‘프랑스 인형’이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릴 것 같다.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의 물건이다. 이런 건 대체 어디에서 파는 걸까, 문득 궁금해졌다.
“파리에서 사신 건가요?”
바보 같은 질문이다. 당연히 그렇겠지. 하지만 남자는 의외로 고개를 저었다.
“아뇨,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인형입니다. 한 이십 년 되었을까요.”
“…?”
남자는 아기를 어르듯 인형을 위로 흔들어 보이며 순박한 표정으로 말했다.
“파리는 처음이거든요. 혼자서 돌아다니기도 뭐해서 여행의 동반자로 데려왔어요. 이 녀석에게는 고향 같은 곳이니까.”
잠깐 싫은 표정을 지을 뻔했다. 인형과 함께 여행이라니, 어째 징그럽기도 하거니와 좀 무서운 느낌도 든다. 인형과 함께 여행하는 남자… 예전에 에도가와 란포의 「오시에와 함께 여행하는 남자」라는 소설을 읽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물론 그것과는 많이 다르긴 하지만. 꺼림칙했던 것도 잠시, 인형을 어르는 남자의 자상한 눈빛을 보고 있자니 살짝 마음이 녹아내렸다. 나는 웃으며 받아쳤다.
“올해가 되었든 이십 년 전이 되었든 결국 파리에서 산 건 맞나 보네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젓는 것도 아닌 묘한 동작으로 까딱까딱하더니.
“뭐… 파리인지 아닌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버지가 파리 출장에서 사 오신 물건이니 아마도 파리가 맞겠죠.”
남자의 표정이 어째 께름칙해 보인다. 내가 뭔가 이상한 말을 했나? 나는 허둥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굉장히 아끼시는 인형… 아이인가 봅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잘 간직하신 걸 보면.”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고 한 말인데, 어째 남자의 표정에는 그늘이 더 깊어진 느낌이다.
“예, 뭐… 지금은 그렇죠.”
남자는 내게서 고개를 돌리고 허공을 잠시 노려보더니, 다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사실 처음에는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꺼림칙하달까, 도대체 아버지는 왜 이런 걸 사 온 걸까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죠. 뭐 여러 가지 일이 있기도 했고요.”
남자는 웃는 듯 우는 듯한 묘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