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이상한 꿈이었다. 꿈속에서도 나는 잠들어 있었고, 그런 나를 늙은 여자가 가까이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온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고, 피부는 마치 뼈대 위에 살색 비닐 하나만 대충 덮은 것처럼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거기에 깊고 검은,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눈. 그 눈이 내 감긴 눈을 내려다보고, 퍼석퍼석한 머리카락이 내 뺨을 간질였다. 이상한 꿈이었다. 꿈속에서 나는 분명히 눈을 감고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나를 들여다보는 눈이 또렷하게 보였다. 여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눈은 마치 점점 다가오는 것처럼 커져갔다. 가까이, 가까이 더 다가와 점점 커지면서, 마침내 내 눈 속으로… 들어올 것만 같았다. 목덜미에, 등에, 겨드랑이에 밴다…. 그 땀은 식었다기보다는 몸서리쳐지게 차가운, 추운… 그 흉측한 한기가 내 몸을 비틀어 짜는 것처럼 옥죄어 온다. 눈이, 눈이 다가온다. 썩은 것처럼, 혹은 섞인 것처럼 잡스럽고 불길한, 퀴퀴한 화장품 냄새가 점점 다가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아!”
눈을 떴을 때는 암흑이었다. 어딘가 멀리서 코 고는 소리와 뒤척이는 소리가 뒤섞여 들려온다. 나는 머리를 부르르 털고, 멍한 눈을 비비며 스마트폰을 꺼냈다. 현실로 돌아오기 위해 필사적으로 눈을 깜빡이며 화면을 확인한다. 오전 3시. 비행기 모드. 코끝에 아직 화장품 냄새가 남은 것 같은 기분이다.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필사적으로 생각한다. 오전 세시, 비행기, 언제부터 잠들었더라? 그래, 12시쯤… 여기는… 주머니에서 티켓을 꺼낸다. 파리에서 인천으로 가는 직항 노선. 창가 자리. 어젯밤 10시에 출발해 오늘 아침 11시에 도착하는 노선이다. 머릿속으로 하나둘하고 셈을 한다. 여덟 시간. 앞으로 여덟 시간 남았다. 남은 시간을 생각하니 그제야 현실로 돌아온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 여덟 시간 후면 한국이구나. 묘한 기분이다. 열흘간의 여행이 사실은 그냥 꿈이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그게 꿈이 아니었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으드득하며 기지개를 켜고, 등받이에 다시 기댄다. 잠이 더 올 것 같진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할만한 일도 없다. 책이라도 가져올 걸 그랬나. 뭔가 사탕이나 그런 게 남아있진 않으려나. 부산하게 주머니를 뒤진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옆에서 몸을 일으키는 기척과 함께 말소리가 들린다.
“아, 비켜드릴까요?”
돌아보니 통로 쪽에 앉아 있던 남자가 몸을 엉거주춤 일으키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몸을 이리저리 비트는 모양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것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화장실이라도 가려는 줄 알았던 걸까. 괜스레 부끄러워졌다. 나는 손을 휘휘 저으며 남자를 말렸다.
“아뇨, 아뇨. 그냥 주머니를 좀 뒤지던 것뿐이에요.”
그러자 엉거주춤한 자세로 멈춰 있던 남자가 살짝 미소 지으며 다시 앉았다. 마흔쯤 되었을까, 착해 보이는 인상의 남자다. 나는 힐끗 남자의 팔을 보았다. 인형이 안겨 있다. 키가 1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중세 유럽풍의 드레스를 입은 여자 인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