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은 하룻밤의 기행으로 끝나지 않았다. 규칙적인 일과가 되었다. 아버지의 기이한 행동은 곧 어머니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매일 인형을 화장시킨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어머니는 더욱 인형을 질색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행동 자체도 소름 끼치는 일이었던 데다, 어머니가 워낙 냄새에 민감한 탓도 있었다. 불길하게 조여오는 집안의 찝찝한 분위기와 생리적 혐오감이 겹쳐 어머니는 점차 정신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어머니가 안방에서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후다닥 달려가 보니, 어머니는 침대 밑에 주저앉은 채로 넋 나간 표정이 되어 침대 위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거기에는 인형이 있었다. 그 파란 눈동자를 아래로 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버지는 이미 출근한 뒤였다. 아버지는 출근 시간이 빨랐기 때문에, 아침 이 시간에는 보통 어머니 혼자 잠이 들어 있었다. 어머니는 잠에서 깨자마자 그 인형과 눈이 마주쳤다고 했다. 침대 머리맡, 베개 뒤에서, 고개를 숙여 어머니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는 그 인형의 눈과.
어머니는 완전히 공포에 질려버렸다. 퇴근한 아버지에게 하소연하기도 했지만, 아버지는 ‘꿈이라도 꾸었던 거 아니냐’라며 콧방귀를 뀔 뿐이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인형은 분명 어머니를 따라다녔다. 아버지가 출근하고 나면 인형은 어머니의 침대로 숨어들었다. 어머니는 결국 아버지가 없는 시간에는 잠들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아버지의 출장이 워낙에 잦다 보니 어머니의 불면도 끝이 없었다. 거실에 주저앉아 졸다가 깜짝 놀라며 깨기도 하고, 인형이 진열장에 있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야 안심하기도 하고. 점점 눈은 퀭해지고 몸은 말라만 갔다. 그리고 그 멍하면서도 발작적인 행동들은, 그야말로 미친 사람이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을 수준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도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아버지는 인형 화장시키는 걸 멈추지 않았다. 어머니가 제발 그만두라고 울면서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인형에서 피어나는 화장품 냄새는 점점 진해졌고, 더 기괴해졌다. 그러기를 거듭하다가, 어느 날 남자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기괴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밤중에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깼죠. 거실에서 누군가 대화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뭐야 이 시간에?’ 하면서 슬쩍 밖을 엿보니….”
아버지가 인형을 품에 안고는 말을 걸고 있었다. 물론 인형이 말을 할 리는 없다. 아버지가 일방적으로 말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그 표정, 속삭이는 어조, 그 목소리는 마치, 연인에게 밀어를 속삭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기괴하고 불쾌한 장면은 지금까지의 그 어떤 것보다 충격적이었다.
“그것을 제가 뭐라고 생각했든 간에, 하여간 어머니에게는 말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제가 뭘 보았는지 입에 담는 것 자체가 불경하달까… 그렇게 느껴졌죠. 하지만 결국 어머니는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최악의 형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