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주말 아침, 여느 때보다 일찍 잠에서 깬 어머니는 보고 말았다. 곁에서 아직 자는 아버지가, 그 팔 안에 인형을 소중하게 껴안고 있는 것을. 인형의 눈은 어머니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놀리는 것처럼. 어머니는 비명을 지르며….
“송곳을 꺼내와서 인형의 눈을 마구 찔렀죠. 유리 눈알이 깨지고, 파랗고 하얀 파편들이 침대로 튀었습니다. 물론 자고 있던 아버지도 송곳과 파편 때문에 상당히 다쳤고요.”
“….”
그날부터 어머니는 완전히 넋이 나가 버렸다. 눈빛에선 힘이 사라지고, 푸석한 머리에도, 확 늙어버린 피부에도 생기라고는 남아 있지 않았다. 멍한 눈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그 시절의 어머니는 마치, 인형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런 일이 있었으니 멀쩡하게 부부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리 없지요. 결국 부모님은 이혼했고, 아버지는 집을 나갔습니다. 그래도 저는 어머니와 함께 남았습니다. 어머니는 혼자서는 생활할 수 없었던 데다가, 보살핌이 필요한 상태였으니까요.”
아버지는 집을 나가면서 그동안 모아온 기념품들을 전부 챙겨갔지만, 눈 없는 인형만은 가져가지 않았다. 그토록 아꼈으면서. 그토록 사랑스럽게 쳐다보았으면서. 남자는 아버지가 나가고 난 후 그 불길한 인형을 쓰레기처리장에 버렸다.
“그런데, 돌아오더라고요. 버려도 버려도, 어느새 돌아와서 진열장에 앉아 있는 겁니다.”
인형과는 별개로, 그 후로도 한동안은 종종 아버지와 연락하곤 했다. 아버지와 연락을 완전히 끊게 된 계기는 아버지의 재혼이었다. 아버지가 재혼을 선언한 것은 이혼 후 다섯 달이 지나서였다. 남자는 그 재혼 상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대로 얼어붙어 오줌을 지릴 뻔했다. 그 여자는.
“네, 그 인형이 살아서 제 앞에 서 있는 것 같았죠. 정확히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아뇨, 얼굴이 닮은 건 아닙니다. 옷차림도 이렇게 치렁치렁할 리 없죠. 하지만 뭔가, 분위기…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인형이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죠. 아버지의 재혼에 딱히 불만을 가진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 후로 아버지의 연락을 피하게 되었습니다. 그 여자를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요.”
어느 날 밤, 남자는 인형 갖다 버리는 일을 완전히 포기하게 되었다. 한밤중에 거실에 앉아 인형의 머리를 빗겨주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목격하고서야.
“분명히 섬뜩한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마음 어딘가를 쿡쿡 찌르는 게 있었죠. 스물한 살에는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만… 나이를 먹고 옛일들을 되돌아보니 이것저것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