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소

세 가족이 처음으로 함께 간

by 허아른



"계곡에 온 게 얼마만일까?"

나는 아내에게 물었다. 아내는 아이의 손을 잡고 바위 위에 앉아서, 저 아래쪽 계곡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글쎄, 이 아이를 낳은 후로는 처음인 것 같네."

"미안해."


나는 겸연쩍게 웃었다.


"아니야, 자긴 열심히 했잖아."


사실이다. 어떻게든 세 식구가 먹고살기 위해 밤낮없이 일했다. 그래봤자 버는 건 쥐꼬리만 했지만. 하지만 미안한 것도 사실이다. 아내는 나보다 더 열심히 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집안일을 하는 틈틈이 부업으로 번역 일을 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일했다고 하소연 한들, 혼자 세 사람 몫을 해낸 아내에게는 비할 게 못된다.


아이는 엄마 아빠가 하는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는 듯, 계곡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계곡에는 우리 아이 또래, 혹은 그보다 좀 어린 나이의 아이들이 물장난을 치고 있었다.


"애들이 정말 많다."

"명소라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계곡의 또래들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은 반짝거리고 있었다. 호기심, 두근거림. 같이 놀고 싶다. 같이 놀아도 될까? 끼워줄까? 그런 말들을 눈으로 끊임없이 뱉어내고 있었다.


아내는 잡고 있던 아이의 손을 놓고,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가서, 나도 같이 끼워줘라고 해봐. 같이 놀아줄 거야. 할 수 있지?"


아이는 말없이 엄마의 눈을 들여다보더니, 초롱초롱한 눈으로 머리를 끄덕거렸다. 그리고는 계곡 쪽으로 뛰다시피 내려갔다.


"어머, 너무 뛰지 마! 그러다 다칠라."

"괜찮아."


나는 아내의 지나친 걱정에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계곡에서 놀던 아이들은 새로운 친구의 등장에 아무 거부감이 없는 것 같았다. 아이는 금세 거기에 섞여 들어, 마치 원래부터 친구였던 듯이 즐겁게 놀았다.


"잘됐네."

"응. 어차피 못 데려가니까."


나는 눈이 시큰해져서 절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제 가자."

"응."


아내는 내 옆에 나란히 섰다. 여긴 유명한 명소다. 자살의 명소.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뛰어내렸다. 죽은 사람들은 혼이 되어 어디론가 떠나갔다. 하지만, 이유를 모르고 죽은 사람들은 어디로도 가지 못한다. 특히, 아이들은. 저 계곡의 아이들은 동반자살에 휘말린 아이들일 것이다.

죽어서도 세 식구가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이제 안심이다. 저 아이들의 즐거운 모습을 보고 안심했다. 아이는, 우리와 함께 있는 것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다.



안녕.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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