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입술을 사랑한다.
사람의 입술을.
강인한 남자의 단호한 입술, 멋진 여성의 유혹하듯 살짝 벌어진 입술, 아직 주름도, 붉은빛도 채 생겨나지 않은 아기의 작은 입술, 점점 수축되어 가운데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노인의 입술.
아름답지 않은 입술은 없다. 나를 매혹시키지 못하는 입술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도, 입술을 빤히 바라보게 된다. 입술이 나에게 말을 걸고 있다. 나는 입술과, 대화하고 있다...
빠르든 늦든, 그렇게 될 일이었다. 그토록 사랑하는 입술을, 그토록 나를 매혹하는 입술을, 열광적으로 수집하게 된 것은.
강인한 남자의 단호한 입술을, 멋진 여성의 유혹하듯 살짝 벌어진 입술을, 아직 주름도, 붉은빛도 채 생겨나지 않은 아기의 작은 입술을, 점점 수축되어 가운데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노인의 입술을...
나는 수집했다.
입술을 빼앗긴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고, 고함을 치기도 했지만, 그런 것은 나에게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나에게 말을 걸 수 있는 것은 입술뿐이니까.
하지만, 입술들은 나를 사랑해주지 않았다. 본래의 주인에게서 떨어진 입술들은 점차 생기를 잃고, 썩어가기 시작했다. 매혹적인 그 붉은색도, 잘라낸 단면에서 흐르던 달콤한 피 냄새도, 푸딩처럼 탱글한 감촉을 자랑하던 지방도, 아주 짧은 시간, 짧은 추억만 남긴 채 검게 오그라들어 썩은 내를 풍겼다. 냉장고에 넣어도, 오래가지 않았다. 금세 그것들은 쪼그라들었다.
야속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입술들이.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씩 깨닫고 있었다. 생명. 생명에게서 떨어져 나온 입술들은 빨아들일 것이 없어 죽어 버리고 만다는 걸. 그렇다. 줄기에서 떨어져 나온 장미꽃송이처럼.
그래서 나는, 내가 모은 붉은 꽃들에게 줄기를 달아주기로 했다. 새로 입술을 수집할 때마다, 나는 단면의 피가 마르기 전에 나의 몸에 이식했다.
강인한 남자의 단호한 입술을, 멋진 여성의 유혹하듯 살짝 벌어진 입술을, 아직 주름도, 붉은빛도 채 생겨나지 않은 아기의 작은 입술을, 점점 수축되어 가운데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노인의 입술을...
내 몸 여기저기에 이어 붙였다.
새 주인을 찾은 입술들은 생기를 잃지 않고 부풀어있었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부풀어 있었다. 내 몸은 점점 입술로 덮여갔다. 나는 매일 같이 전신거울 앞에서 수많은 입술들을 보며, 황홀경에 빠졌다. 그것은 마치, 환각 같았다. 그리고 그 환각이 커질수록, 내 몸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입술들은 점점 더 부풀었다. 그 부푸는 힘을 견디지 못하고, 입술 여기저기에 혹이 생겼다. 그랬다. 곪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조짐조차도, 나에게는 생명이 약동하는 증거처럼 보였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게 되었다. 전신거울을 들여다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만족했다. 내 몸을 뒤덮은 수많은 입술들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나는,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점점 더 정신은 몽롱해지고, 환각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보일 리가 없는 것들이 보인다.
내 몸에 달려있는 수많은 입술들이, 내 눈앞에 다가와 있다.
마치 아픈 나를 걱정하듯 들여다보고 있다.
나는 수많은 입술들의 수다를 들으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것들은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틀림없이, 아름다운 말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