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여는 사람

by 허아른

내가 살던 오피스텔의 공동현관에는 문 열어주는 사람이 있었다. 아침에 나갈 때나, 저녁에 들어올 때, 언제나 그 사람이 문을 열어주었다.


오피스텔의 주민들은 누구도 서로를 신경 쓰지 않는다. 대화하지 않고, 인사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 규칙이다. 당연히 누구도 그 사람에게 관심이 없었고, 누구도 그 사람과 대화하지 않았다. 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주민에게 대화를 걸거나, 인사를 하지도 않았다. 그저 묵묵히 고개를 숙인 채 문을 열어줄 뿐.


이상하게도 그런 곳에서는 매일 보는 사람의 얼굴도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그 사람의 인상은, 일상의 풍경에 녹아 흐릿해져 있었다.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그 사람이 사라졌다.


사람들이 그 사실을 눈치챈 것은, 언제나처럼 당연히 문이 열릴 거라 생각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문을 나서려다가 얼굴을 유리문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다쳤고,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사람들은 문 여는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어디로 간 걸까, 어디로 사라진 걸까.


하지만 입주민들이 서로 대화한 끝에 알게 된 것은 문 여는 사람의 행방이 아니었다. 문 여는 사람에 대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 뿐이었다. 입주민과도 관리실과도, 그 누구와도 상관없는 사람. 그 사람은 누구였나. 왜 매일 거기서 문을 열어주고 있었을까. 모든 것이 미스터리로 남았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이 있다.

그 사람이 사라진 그날, 오피스텔의 모든 현관이 열려 있었다는 것이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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