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실 괴담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미술실에는 초상화가 하나 있었다. 머리를 곱게 땋은 중학생 정도 되는 여자아이를 그린 초상화인데 잘 보면 입 모양이 뭔가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초상화의 제목이 “언니”인 걸로 보아서 아마도 그림 속 여자아이는 언니를 부르고 있는 것 같다. 전설에 따르면, 이 그림은 오래전 미술부 선배가 그렸다고 한다. 긴 머리에 늘씬한 키, 하얀 얼굴을 가진 아름다운 여성이었는데, 모성이 강하다고나 해야 할까, 대부분의 후배들에게 있어서는 따르고 싶은 그런 선배였다고 한다. 그 선배에게는 여동생이 있었다. 너무나 사랑하는 여동생이. 동생 쪽도 언니를 너무나 좋아해서, 학교가 일찍 끝나고 나면 꼭 언니 학교로 찾아와 교문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언제나 그랬다. 하지만 그날, 언니가 축제를 앞두고 늦게까지 그림을 그리다 나온 날, 그날 교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동생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밤늦게까지 혼자 서성대다가 변태 살인마에게 당했다는 버전도 있고 언니의 학교로 오던 중에 신호를 무시한 트럭에 치여 죽었다는 버전도 있다.
하지만 그 뒷이야기는 다 똑같다. 언니는 동생이 사라진 후 미술실에 처박혀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동생의 초상화를. 그리고 초상화가 완성된 직후, 미술실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 초상화가 불러낸 동생의 혼이 언니를 부른 거라나. 자기에게 오라고. 완성된 초상화가 ‘언니’라고 말을 했다는 버전도 있다. 실제로 그런 사건이 있었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미술부 시절, 우리는 선배의 선배, 그 선배에서부터 전해 내려져 온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고 미술실에는 분명히 그 초상화가 있었을 뿐. 뭔가 말하고 있는 것 같은 초상화가. 그 초상화에는 또 한 가지 전설이 있었다. 초상화 속 아이가, 여전히 언니를 부르고 있다는 전설이. 그래서 밤중에 혼자 있을 때, 초상화와 눈이 마주치면 안 된다고 한다. 밤의 어둠 속에서, 초상화가 상대를 언니로 착각하고 불러낸다나. 초상화의 부름을 받는 바람에 창밖으로 몸을 던진 선배들도 있다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물론, 우리는 그 이야기를 진지하게 믿지 않았다. 그저 살짝 소름 돋는 무서운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을 뿐. 미술부에서 내 단짝이었던 아이, A도 그랬다. A는, 긴 머리에 예쁘장하게 생겨서 누구나 좋아했지만, 나와 특히 친했다. 그래서 같이 작업을 할 때가 많았다.
축제를 앞둔 어느 날, 나와 A는 저녁에 미술실에서 만나 밀린 작업을 하기로 했다. A는 일찌감치 미술실에 도착해 나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나는 마침 그날 저녁에 갑자기 급한 심부름을 하게 되는 바람에 조금 늦게 가게 되었다. 그동안 A는 미술실에서 창밖을 보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운동장에 내가 나타나기를. 운동장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무렵, A는 멀찌감치 뒤에서 실려 온 작은 목소리를 들었다. “언니”하고.
처음엔 피식 웃고 말았다고 했다. 분명히 어느새 미술실에 도착한 내가, 뒤에서 장난을 치는 것이라고 믿고. 등 뒤로 조금씩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면서도, 그렇게 생각했다. 등을 건드리며 ‘왁!’하고 놀래킬 생각이겠지...라고. A는, 내가 등을 건드리는 순간 오히려 먼저 뒤돌아보며 나를 놀래켜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침내 그 기척이 등 뒤에 도달했을 때, A는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별 대단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등 뒤의 기척이 멈춰버렸을 뿐, 그뿐이었다. 그 기척은, 등 뒤에 가만히 서 있을 뿐, 등을 건드리려는 기색조차 없었다.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리고, 땀이 나기 시작했다. 역으로 놀래켜 주려는 생각은 싹 달아났다. 오히려 울먹이며 사정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왜 그래, 그러지 마, 무서워...하고. 겨우겨우 용기를 내서 돌아보려 했다. “뭐야, 왜 그래, 무섭게...”라고 말해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차가운 손길이 닿았다. 등이 아니라, 머리에. 그 손은, A의 긴 머리를 부드럽게 잡고, 손바닥으로 쓸어내렸다. 그리고 손가락을 벌려 머리카락 틈으로 집어넣고, 빗질을 하기 시작했다. A는 순간, 초상화의 그림을 떠올리고 얼어붙었다. 입을 작게 벌리고 언니를 부르고 있는, 예쁘게 머리를 땋은 소녀. 차가운 그 손은, A의 머리를 곱게 땋고 있었다. 정성스럽게, 한 올 한 올 예쁘게 빗어 내리며. A는 돌아보지 못했다. 울상을 지은 채, 창밖을 보며 그대로 서 있을 뿐이었다. 내가 운동장에 나타나 주기만을 기다리면서.
A의 경험담은 그것이 전부였다. 나도 결국 미술실에 도착하긴 했지만, 별로 특별한 광경은 목격하지 못했다. 그저, 머리를 예쁘게 땋아 내린 A가 창밖을 향한 채 꼿꼿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았을 뿐.
A는 얼마 안 가 그 긴 머리를 싹둑 잘랐고, 지금까지도 단발을 고수하고 있다. 그 후로 누가 초상화의 부름을 받았다거나, 이상한 일을 겪었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