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가 말을 깨치고 처음으로 어떤 단어를 배우면, 그 단어를 아무 때나 툭하면 내뱉고는 한다. 재미있다는 듯이. 특히 사물의 이름 같은 것을 배우고 나면, 자기가 이름을 아는 물건을 볼 때마다 그 이름을 부른다.
내 딸도 그랬다. ‘냉장고’라는 말을 처음 배웠을 때는, 한동안은 냉장고에 눈이 갈 때마다 “냉장고!”하고 이름을 외쳤다. 그러고 나면 손가락을 펴서 냉장고를 가리키며 고개를 올려 나를 바라보곤 한다. 마치, 자기가 맞게 말했는지 확인하려는 것처럼. 그러면 나는, “그래, 저건 냉장고야.”하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물건이 있고, 저마다의 이름이 있다. 아이의 작은 머릿속에 그 모든 것의 이름을 주워 담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한동안은 비슷한 것들을 같은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에어컨을 냉장고라고 부른다거나, 멀리 있는 소나무를 크리스마스라고 부른다거나. 아마도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해서였겠지.
한 번은 밥을 먹다가, 아빠의 손을 가리키며 “시계!”하고 외치는 바람에 깔깔 웃고 말았다. 아빠의 젓가락질하는 모습이, 시계의 시침과 분침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그것은 어느 날 저녁의 일이었다. 모처럼 딸의 손을 잡고 마트에 다녀오던 길이다. 물론 거의 절반은 안고 다녔지만. 집에 들어오는 골목에서 길고양이를 한 마리 만났다. 소위 고등어라고 불리는, 그러니까 회색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있는 작은 고양이였다.
딸은 그 고양이를 유심히 보더니,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물고기!”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는 그 순진한 모습에 그만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하지만 웃음을 참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해주었다.
“아니야. 저건 물고기가 아니라, 고양이야.”
딸은 어쩐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듯 나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멀찌감치 있는 소나무 쪽을 바라보았다.
둥그렇게 솟은 몸에 줄무늬. 그래, 물고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구나.
며칠 후의 일이다.
TV를 틀어놓고 아침밥을 먹고 있는데, 한참 TV를 바라보던 아이가 소리를 질렀다.
“고양이!”
무심코 화면을 보자, 바다가 보였다. 바다 위, 흔들리는 어선에서 낚싯줄에 딸려 올라오는 도미 한 마리가 카메라 중심에 있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저건 물고기라고 가르쳐주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저건 고양이와는 닮지 않았다.
도미에게는 줄무늬조차 없다.
아이는 어째서 고양이를 물고기라고 생각한 걸까.
지금은 또 왜...
뭐가 비슷해 보였던 걸까.
순간,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물고기가 매달린 낚싯줄. 그리고 아이가 바라보던 소나무.
나는 아이와 눈을 마주쳤다. 아이는 애원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이 아이는,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TV로 눈을 돌린다. 화면에 더 이상 도미는 등장하지 않고, 카메라는 잔잔한 바다를 비출 뿐이다. 하지만 내 눈에는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래, 낚싯줄에 끌려 올라가는, 물고기처럼 파닥거리는 고양이 한 마리가.
얼마 안 가 동네에는 흉측한 소문이 돌았다. 누군가 길고양이를 잔인한 방법으로 죽였다는 소문이. 죽은 고양이는 소나무 안쪽에 매달려 있었다고 한다. 줄 끝은 고양이의 혀에 묶여 있었는데, 고양이의 무게 때문에 길게 뽑혀 나와 있었다고.
마치,
낚싯줄에 딸려 나온 물고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