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의 인형

by 허아른


버스 정류장 근처에 폐쇄된 공사장이 하나 있다.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꽤 옛날부터 거기에 있었다. 펜스로 꼼꼼하게 둘러쳐서 안쪽은 볼 수 없지만, 공사는 아주 오래전에 멈춘 것이 분명하다. 펜스 너머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으니까. 당연히 펜스에는 여기저기 낙서가 되어 있어서, 우범지역 같은 인상을 물씬 풍긴다. 골목에서 대로변으로 나가는 코너에 공사장이 있는 탓에, 출퇴근길에는 그곳을 지나갈 수밖에 없다. 밤길에는 좀 무섭다. 우범지역이라서 범죄자나 불량배가 있을지 모른다는 마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골목길을 지날 때의 풍경 자체가 무섭다. 그 인형 때문이다.


어느 공사장에나 있는, 노란 헬멧을 쓰고 경광봉을 들고 있는 인형 말이다. 그 녀석이 골목 끝에 있으니까.

어두운 시간에 그 골목길을 통과하면, 길 끝에 서 있는 그 인형이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손에 든 경광봉도 마치 몽둥이처럼 보여서, 멀리서 보면 몽둥이를 치켜들고 날 기다리는듯한 실루엣이 된다. 아주 오래전에 경광봉 흔들기를 멈춘 인형이지만, 어쩐지 내가 골목을 빠져나가는 순간, 나를 습격할 것만 같은 것이다.


그 공사장 앞에 가끔 모이는 아이들이 있었다. 고등학생 아니면 막 졸업한 나이의 남녀 몇몇. 그중에, 왠지 그 무리에 안 어울릴 듯한 아주 예쁘장하고 착해 보이는 여자애도 끼어있었다. 아마도 무리 중 한 명과 사귀고 있었던 모양인데, 그 남자친구는 어딘가 멍청하고 경박해 보였다.


여자아이 쪽은, 어딘가 좀 달라 보였다. 불량하지 않을 것 같다거나 그런 의미가 아니라, 그냥 좀 달라 보였다. 평생 고민 따윈 안 해봤을 것 같은, 어딘가 꿈꾸는듯한 표정. 뭔가, 뭐랄까. 다른 세계에 사는 아이 같았다. 그 아이는 가끔, 무리가 없을 때도 그 공사장에 보이곤 했다. 공사장 인형을 만지며 장난을 치기도 하고, 하릴없이 쪼그려 앉아 있을 때도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예쁘장한 아이였다. 그리고 그들의 무리는, 그 골목을 지나다녀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무리였다.


그래서 나쁜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어느 날 밤, 한 남자가 공사장 앞에서 혼자 있던 그 아이를 덮치려고 했었다. 어디까지나, 했었다. 하지만 실패하고, 오히려 두들겨 맞아서 부상만 입은 채 경찰차 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렇게 생긴 애라도, 꽤 하나보다 하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그 아이는 공사장 앞에 혼자 나타나는 날이 더 많아졌다. 그리고 원래 같이 다니던 무리들과는 점점 멀어졌다.


소문이란 건 원래 믿을 게 못되지만, 얼마 후에 정말 믿기 힘든 소문이 동네에 돌기 시작했다. 그 아이가 경찰에 피해자 진술을 하면서,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나쁜 사람에게 습격당할 뻔했는데, 인형이 구해주었다고. 그 공사장 인형이, 남자를 경광봉으로 때려눕혔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하루 이틀 그 길을 지나는 동안, 눈에 보이는 것이 있었다. 예쁘게 차려입고, 공사장 인형 앞에서 재잘거리는 여자아이. 그래, 괴상한 일이지만, 그것은 사랑에 빠진 여자아이의 모습이었다.


그걸 눈치챈 사람은,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동네 사람들은 머리가 어떻게 된 것 아니냐고 수군거렸다. 뭐, 그게 정상적인 반응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사장에 대한 공포가 더 심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경광봉을 휘둘러 사람을 때렸다. 어두운 골목길을 지날 때마다 그 인형의 그림자를 보며 떠올리던 무서운 상상, 그대로였으니까. 공사장에 대한 불쾌감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 사람, 그러니까 그 여자아이의 남자친구의 경우는, 특별히 더 그랬을 것이다.


어느 어두운 밤, 여자아이가 골목에서 울면서 뛰쳐나왔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매달리며 도와달라고 외쳤다. 하얀 원피스는,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여자아이는 믿을 수 없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남자친구가 질투심 때문에 공사장 인형을 칼로 찔렀다고. 그랬더니, 인형의 몸에서 피가 엄청나게 뿜어져 나왔다고. 괴상한 소리를 늘어놓는 여자아이에게 오히려 겁을 먹은 나머지, 사람들은 여자아이를 뿌리치고 달아나기 일쑤였다. 그럴수록 여자아이는 눈에 보이는 사람마다 붙잡고 울면서 하소연했다. 그러다가 결국, 탈진해서 쓰러지고 말았다.


나중에야, 공사장에서 이변을 발견한 사람이 신고한 끝에 경찰이 출동했다고 한다. 확실히 칼에 찔린 시신이 있었다. 하지만 칼에 찔려 피를 줄줄 흘리고 있는 것은, 인형이 아니라 그 아이의 남자친구 쪽이었다. 공사장 인형은 아무 곳도 다치지 않은 채, 태연하게 경광봉을 위아래로 흔들고 있었다. 마치, 오래된 전지가, 갑자기 작동하기라도 한 것처럼.



그 일 이후로 사람들은 그 공사장을 지나지 않도록 일부러 빙 둘러서 대로로 나가게 되었다. 아무도 가까이 다가가지 않게 되었지만, 그 인형의 앞에는 어째서인지 꽃병 하나가 놓여있다. 그리고 인형은 여전히 그 앞에서, 경광봉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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