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도자기

기이한 골동품 상점

by 허아른

“길한지 아닌지 잘 모르겠는 것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예? 그게 무슨.”


“음, 일종의 부적이나 수호 성물과 비슷한 것들이 있긴 합니다만…… 길하다고 하기에는…….”


남자는 말을 흐렸다. 뭔가 숨기는 구석이 있다기보다는, 마땅히 표현할 만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못마땅하다는 듯한 표정이다.


“수호 성물이라면 당연히 길한 것 아닙니까?”

“그거야 그래야 하지요. 뭐, 어쨌든 저는 물건의 과거는 믿지만 미래는 믿지 않는 편이라 길하다 아니다를 말하기가 좀 그렇군요.”

“아, 예.”


남자는 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남들이 길하다고 하는 물건이기는 합니다.”

“그렇군요.”


일단 대답을 하긴 했지만, 솔직히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 남자의 말을 풀어보면, 그러니까 자기는 미신은 믿지 않는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런데 이런 오컬트스러운 가게의 주인이 그런 말을 해도 되는 것일까?

남자는 나에게 등을 지고 반대편 벽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뚫린 문 하나가 있고, 문발이 드리워져 있었다. 이 컨테이너에는 겉으로 보기보다 더 많은 공간이 있는 모양이다. 남자는 문발을 걷어내고 뭐라뭐라 소리쳤다. 안쪽에서 대답하는 앳된 여자 목소리가 아련하게 들린다. 아주 멀리서 소리치는 듯한…… 뭐지, 정말로 안쪽이 그렇게 넓은가? 밖에서 보기엔 컨테이너가 그렇게 커 보이진 않았는데.

남자는 돌아와서 다시 합장을 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지요. 곧 가지고 올 겁니다.”


남자의 말대로, 조금 기다리자 누군가가 문발을 걷어내고 나왔다. 이제 갓 스물이 되었을까 싶은 여자아이다. 방금 씻은 참인지 머리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예쁘장하지만 어딘가 이질감이 느껴지는 얼굴. 그 얼굴에서 목까지 드러난 하얀 피부는 옥색이라기보다는 불투명한 비닐 같은, 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주인의 사백안과 반대로 꽉 찰 만큼 커다란 검은 자위에 홀린 나머지, 정작 그 아이가 뭘 들고 나오는지는 미처 보지 못했다. 나는 멍하니 그 아이가 뒤돌아 문발 너머로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가 헛기침으로 내 정신을 깨울 때까지.


“이것입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남자가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것들을 살펴보았다.


“도자기……로군요.”


하얗고 작은, 도자기들이었다. 눈앞이 확 밝아지는 느낌이다. 도자기는 수집해본 적도 없고 잘 모른다. 하지만 나름대로 여러 가지 물건을 보아온 만큼, 한눈에도 보통 귀한 것들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점토의 질감이 느껴지지만 모순적이게도 한없이 매끄러운 표면, 그 깨끗함의 행간에 서린 보이지 않는 세월의 빛.


“전부 조선백자입니다. 최소 700년은 된 귀한 집안의 도자기들이지요.”


확실히 수수함 가운데 기품이 서려 있다. 그런 느낌이 든다. 생명도 없는 흙덩어리 주제에 앞에 있는 사람을 압도하는 품격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길한 물건이라기보다는 그냥 보물이 아닌가.


“저, 이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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