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뱀과 탯줄

기이한 골동품 상점

by 허아른

"혹시 업구렁이라는것을 아십니까?”

“글쎄요.”

“일종의 가택신입니다. 업가리라고 하여 항아리에 쌀을 넣고 뚜껑을 덮어 모시는 풍습이 있습니다만, 이것이 실은 뱀을 모시는 것입니다.”


업구렁이, 업단지, 업신, 업동가리, 지역에 따라 온갖 이름으로 불린다. 이 업이라고 불리는 뱀이 하는 일은 보통 그 집안 사람들의 수호, 특히 가문의 부를 수호하는 것이다.


“그래서 집 안에서 뱀이 나오면 업이 나왔다고 하여 다른 곳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고, 집 주변에 뱀이 있으면 길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반대로 뱀이 집 안에서 죽어 있으면 집안이 망할 징조라고 보았고요.”

“네, 그렇군요. 그것참…….”

“크기와 부는 비례한다고 믿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뱀은 크면 클수록 좋게 보았습니다. 그러니 큰 뱀이 머리를 쳐들고 있는 형세의 자리가 명당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의 말에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거렸다.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말 자체는 그럴싸하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상한 점이하나 있다.


“그렇군요. 그런데 그렇게 명당에 묻은 태항아리라면 보통 대단한 집안이 아닐 텐데, 그런 집안의 자리는 종가의 관리를 받지 않나요? 이런 가게에 흘러들어올 리가…….”


나는 말끝을 흐리며 가게를 슬쩍 눈으로 훑었다. 꽤나 그럴싸하게 꾸며놓기는 했지만, 분명 수상쩍은 냄새가 나는 곳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이 도자기들은 분명 보통 물건이 아니긴 하다.도자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별다른 설명 없이 압도될 만큼 기품이 흘러나온다.

그는 내 물음에 가당치도 않다는 듯 코웃음을 치고는 대답했다.


“종가의 관리라뇨, 어림도 없지요. 전부 몰래 묻은 것들일 텐데요.”

“몰래 묻었다고요? 도둑 매장인가요?”

“그렇지요. 어디 임금의 태항아리 근처에 왕족도 아닌 집안의 다른 태항아리를 대놓고 묻겠습니까. 자칫하면 혈을 끊었다고 하여 온 가족이 능지를 당할 텐데요.”

“그래서 기록엔 남지 않았다는 거군요.”

“예. 기록을 할 수가 없지요. 그러니 귀한 집안의 물건이라는 건 알아도, 어느 집안의 물건인지는 모를 수밖에요. 정작 주인이 되는 종가에서조차 말입니다.”


나는 새삼스럽게 다시 도자기들을 훑어보았다. 어쩐지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태항아리의 자태가 더욱 신비하게 보인다. 도자기 하나하나가 태의 무덤. 그것도 기록에 남지 않은 숨겨진 무덤. 〈인디애나 존스〉 같은 영화 따위에 나올 법한 이야기 같기도, 민담 설화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 같기도 하다. 어쨌든 그런, 사연을 가진 물건들.


하지만 그 신비함의 등 뒤에서 차갑고 요사스러운 분위기도 함께 흘러나오는 느낌이다. 사두혈, 업구렁이, 탯줄. 생명을 묻는다 따위의 말을 연달아 들었기 때문일까. 어쩐지 땅 밑에서 뱀처럼 기어다니는 탯줄들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목덜미가 근질거릴 정도로, 정말로 요사스러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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