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항아리와 여자아이

기이한 골동품 상점

by 허아른

요사스럽다……라고 하니, 여자아이의 모습이 뇌리에 떠올랐다. 아까 전에 도자기를 꺼내오느라 잠깐 얼굴을 드러냈던 그 여자아이. 손동작 하나하나에서 뿜어나오던 요염한 분위기, 사람을 홀리듯 이끄는 발걸음…… 한순간 보았을 뿐인데, 마치 빨려드는 듯한 눈빛…… 밟은 자리마다 그림자처럼 남겨진 옅은 물 자국…… 아니, 아니아니, 이런 생각은 관두자. 어쩐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다시 도자기를 둘러본다. 요사스러움과 성스러운 기품이 서로의 몸을 꼬아 똬리를 틀었달까. 하나이지만 둘인 듯 서로 얽히고 풀려가며 사람의 눈을 홀린다. ……아니다. 그렇다 한들 아까 그 아이에 비할 바는 못 된다. 남자는 고요히 요동치는 내 눈동자를 보며 흐물거리는 웃음을 흘렸다.


“실은 이보다 굉장한 것이 있습니다만, 한번 보시겠습니까?”

“굉장하다면, 그것도 태항아리입니까?”

“예. 하지만 보통 태항아리가 아니지요.”


남자는 다시 안쪽 방으로 통하는 문발을 열고 안쪽으로 뭐라뭐라 소리를 쳤다. 이상하다. 그리 멀리서 소리치는 것도 아닌데, 대체 왜 말하는 내용이 뭔지는 들리지 않는 걸까.


“잠깐만 기다리시지요. 금방 가지고 나올 겁니다.”


나는 시계를 힐끗 보았다. 어느새 이 가게에 들어온 지 30분이나 지났다. 너무 오래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어차피 오늘은 하루를 통으로 빼놓았으니까 별로 상관없을 것 같다. 게다가, 주책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래도…… 한 번 더 그 아이의 얼굴이 보고 싶다. 조금 기다리니 문발이 걷히고, 그 아이가 30분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커다란 도자기를 안고 나왔다.


하얗고 뽀얀 도자기.


크다. 그것을 안고 있는 여자아이의 상반신보다도 조금 넘치게 큰 크기. 아까 보았던 도자기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크기다. 저게 정말 태항아리라고? 여자아이의 길고 가느다란 팔이 테이블 위에 도자기를 사뿐히 내려놓고, 마치 어루만지듯 미끄러지며 스르륵 빠져나간다. 그 잔상이 머리에 남아서, 마치 도자기에 한줄기 물기가 묻은 것 같은 착각마저 느껴졌다. 여자아이는 젖은 머리를 흩날리며, 요사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뒤로 돌아 들어갔다. 각이라고 부를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일 만큼 매끄러운 뒷모습. 지나치게 매끄러운 모습. 마치 한붓그리기로 그려낸 듯한 선이 잠시 눈앞에 아른거렸다. 분명 아름답다고 해야 마땅할 텐데,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본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마치 물컹한 포도 껍질을 씹었을 때처럼 미묘하게 불쾌감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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