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골동품 상점
여자아이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나는 내 앞에 놓은 도자기를 내려다보았다. 위에는 하얀 뚜껑이 덮여 있다. 부푼 윗부분에서 잘록한 바닥으로 부드럽게 뻗은 유선. 모나거나 들어간 곳없이 매끈하게, 젤리처럼 완벽한 표면. 순백의 도자기. 아무리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자태.
“크흠!”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니, 남자가 히죽히죽 웃고 있다. 뭘 생각하는지 잘 알겠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겸연쩍음에 눈을 피하고는, 괜한 시비를 걸었다.
“이게 정말 태항아리라고요? 안에 무슨 코끼리 탯줄이라도 들어 있습니까?”
남자는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코끼리는 무슨, 당연히 사람 태가 들어 있지요. 안쪽을 한번 구경해보시겠습니까?”
남자의 말에 반신반의하며 도자기의 뚜껑을 열었다. 고개를 숙여 안을 들여다본 순간, 어찔해져 고개를 번쩍 들었다. 눈이 어지럽다. 무엇을 본 거지? 빙글빙글 돌아가는 뭔가가, 도자기 안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나선이 있었다. 나는 눈을 한 번 비비고 다시 도자기 안쪽을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이건…….”
“흥미롭지요?”
자세히 보니 그것은 나선이 아니었다. 도자기 안에 작은 도자기, 그 안에 또 작은 도자기. 그 안에 또 작은…… 빽빽하게 들어찬 도자기. 마치 새끼줄을 꼬아 만든 바구니처럼 층층이 촘촘하게 이어져 내려간다. 위에서 내려다본 그것은 끝없이 지하로 내려가는 나선계단과 같은 풍경이었다.
“이것도 태항아리란 말인가요? 뭔가 다른…….”
“네, 뭐, 그야…… 보통 태항아리가 아니니까요. 앞의 것들과는 다르죠. 이건 한 가문의 태를 모신 태항아리입니다.”
한 가문의 태를 모신 항아리.
그 말을 곧바로 이해하지는 못했다. 잠시 ‘가문’이라는 말의 여운에 잠겨 있다가, 퍼뜩 깨달았다.
“그러니까, 태가 여러 개 들어 있다는 뜻입니까?”
“예. 물론 처음에는 하나만 들어 있었겠지요. 아마 제일 안쪽의 아주 작은 항아리로 시작했을 겁니다.”
처음에는 평범한, 아까 본 것들과 마찬가지의 태항아리였다.
하지만 다음 후손이 태어났을 때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대의 태항아리에 후대의 탯줄을 감아, 더 큰 새 항아리에 넣었다. 그리고 다음 후손이 태어나면 조금 더 큰 항아리를 만들어 같은 방식으로 겹장을 하고, 그다음에는 더 큰 항아리를 만들었다.
“그렇게 매장과 발굴을 반복하면서 태가 점점 늘어나는 태항아리가 된 것이지요.”
“왜, 왜 그랬을까요?”
남자는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은근한 어조로 대답했다. “태가 들어 있는 모양을 생각해보세요. 선대의 태를 후대가, 후대의 태를 다음 대가 품에 껴안고 있는 모양 아닙니까?”
“그렇지요.”
물론,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뱀이 똬리를 튼 형태라든가. 애초에 탯줄이 탯줄을 감싸고 있다는 것 자체가 흉측한 일이지 않은가.
“짐작하기로는 아마도 다른 종류의 가택신 성격을 태항아리에 부여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업구렁이처럼 말이죠. 조상의 태를 모으고 모아 선조들의 혼백이 가택에 서리도록 하는, 일종의 혼백 항아리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남자는 거기서 잠시 말을 끊더니, 다시 고쳐 말했다. “음, 아니지요. 혼백보다는 사랑의 항아리라는 말이 어울리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