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칙

by 허아른

교실 칠판 위에는 보통 액자가 달려 있다. 그 반의 급훈이나, 태극기 같은 게 들어 있는. 하지만 A씨의 학교 교실에는 급훈도 태극기도 아닌, 이상한 사진이 액자에 걸려 있었다. 음흉하게 생긴 아저씨의 사진이. 교장도, 선생님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통령이나 역사적인 인물도 아니다. 왠지 멍청해 보이면서, 심술궂은, 그리고 어딘가 기분 나쁜 아저씨.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외모 같기도 하지만 어쩐지 보는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데가 있었다. 그 얼굴은. 특히 그 비열해 보이는 변태 같은 눈은.


A씨 반의 학생들, 특히 여학생들은 그 사진을 정말 싫어했다. 마치 자기를 훑어보는 것 같다고. 특히나 교실에 혼자 있을 때는, 계속 그 시선이 따라오는 것만 같아서 불쾌하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그 사진에 변화가 생겼다. 그 기분 나쁜 눈이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아무도 보지 않는 사이에, 그 사진의 눈을 까맣게 칠해버린 것이다. 그것도 스프레이 같은 것으로. 등교해서 교실에 들어오는 아이들마다 그 사진을 보고는 깔깔 웃어댔다. 어쩐지 통쾌하다, 그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날 아침에는 아마도 처음으로, 다들 시선에 시달리지 않고 편하게 교실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에게는 그것이 마음 편한 광경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침 조례를 위해 교실에 들어선 담임 선생님은, 그 사진을 보자마자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입을 꾹 다문 채 사진을 한 번, 그리고 학생들을 한 번 둘러보고는 깊은 고민에 빠진 채 서성이다가 교실을 나갔다. 잠시 후, 교내 방송을 통해 교사 회의를 소집한다는 공지가 나왔다. 이게 그 정도의 일인가?


잠시 후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 그리고 몇 명의 선생님이 뒤따라 교실로 들어왔다. 맨 뒤에는 담임 선생님이 있었다. 교장 선생님은 사진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담임 선생님에게 뭔가 조용히 이야기했다. 담임 선생님은 고개를 몇 번 조아리고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교장 선생님은 그를 격려하듯 어깨를 몇 번 두드린 후 나갔고, 다른 선생님들도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


선생님들이 다 나갈 때까지 가만히 서 있던 담임 선생님은 침울한 눈으로 아이들을 한 번 둘러보고는 교실 문을 닫았다. 그리고 커튼을 치고 불을 껐다. 낮이라서 깜깜해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지하실에 있는 것처럼 어두워졌다. 분위기가 이상했다. 숨이 막힐 정도로. 선생님은 굳게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단상에 섰고 학생들은 그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긴장하며 기다렸다. 이윽고 선생님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로 아주 흔해빠진 말이었다.


"모두들 눈 감아라."


엄청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내심 긴장했던 A씨는 그 말에 어깨가 축 늘어질 정도로 힘이 빠졌다고 한다. 모두 눈 감아라. 그다음에는 '사진에 낙서한 사람 조용히 손들어'겠지. 상상대로였다. 선생님은 그 상상대로 말했다. 문득 그때, A씨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돈을 훔친 것도 아니고 학생들이 피해를 본 것도 아니다. 범인이 알려진다고 해서 보복할 사람도 없다. 최소한 학생 중에는. 그런데 어째서 눈을 감으라는 거지? 어째서 보면 안 되는 거지?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문득 궁금해졌다. 진짜로 손을 드는 사람이 있을까? 조용한 적막 속에서 호기심이 점점 강해졌다. A씨는 그만, 살짝 실눈을 뜨고 말았다고 한다. 어둠 속에서, 그때 본 장면이 뭐였는지 A씨는 지금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금방 눈을 질끈 감아버렸으니까.


하지만 선생님이 모두 눈을 뜨라고 말했을 때 그 후의 일은 생생하다. 선생님은 환하게 웃고 있었고 아이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상태였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A씨는 학생 수가 한 명, 줄어든 것 같다고 느꼈다. 그게 정확히 누구인지는 몰라도 누군가 한 명, 사라진 것 같다는. 하지만 그 후로도, A씨는 그 사실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눈을 떴던 그 순간, 무엇을 보았는지는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지만 선생님의 눈이 까맣게 칠해져 있던 것만은 기억하니까. 아마도 그 학교에는 여전히 그 사진이 걸려 있을 것이다. 교장도, 유명인도, 대단한 위인도 아닌, 눈이 까맣게 칠해진 모르는 아저씨의 사진이.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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