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오빠 그리고 나까지 여섯 명.
우리 집에 이렇게 모두가 모이는 것은 1년에 딱 한 번뿐이다. 집이 그렇게 크진 않아서 여섯 명이 모이면 굉장히 복작복작하다.
그래서 학교 교실에서나 쓸 법한 작은 의자들을 거실에 쪼르륵 놔두고, 한 명씩 앉아서 대화를 시작한다. 이때가 아니면 그 의자들은 쓸모가 없기 때문에, 기념일이 되면 오빠가 작은 의자를 다섯 개 구해다 놓는다. 의자에 앉아서 하는 이야기는 뻔하다. 대부분 오빠 이야기다.
오빠는 10년 전부터 명절마다 집에 처박혀 있었다. 원래 우리 집은 명절이면 큰아버지 댁에 모였는데, 큰아버지가 장남이기도 하고, 그 집이 친척 모두 모일 만큼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빠는 10년 전부터 큰아버지 댁에 가는 걸 딱 잘라 거부했다. 큰아버지를 보고 싶지 않다는 이유다.
처음에는 가족들도 오빠를 어떻게 끌고 가 보려고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달래 보려고도 했지만, 그렇게 10년이 흐르고 나니 모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제 오빠는 가족들과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 명절이든 아니든. 그래도 1년에 한 번, 이렇게 모이는 것 정도가 오빠가 허용하는 최대치였다. 물론, 이런 날 모이면 한마디씩 하기는 한다. 어디까지나 농담처럼.
"너도 올해는 같이 가야지?" 할머니가 웃으면서 말한다.
오빠도 웃으면서 받아친다. "집 지키는 사람도 있어야죠."
이번엔 엄마가 이야기한다. "큰아버지도 한 번 만나야 하지 않겠니?"
오빠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의자 사이를 서성거리며 돌아다닐 뿐이다. 나는 그런 오빠의 다리를 붙잡아 보려고 했지만, 그것은 손 사이로 쓱 빠져나가 버렸다.
"아시잖아요. 저 큰아버지 싫어해요."
중얼거리는듯한 오빠의 말에 엄마도, 아빠도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이제 슬슬 출발해야겠네요."
엄마가 그렇게 말하자, 할아버지, 할머니도 의자에서 일어났다. 나도 조용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할아버지가 제일 먼저 의자 위로 올라가 줄을 목에 걸더니, 아쉬운 듯 오빠를 돌아보며 조용히 말했다.
"정말 같이 안 갈래?"
오빠가 무슨 말을 하나 궁금했던지, 가족들 모두 오빠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오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자를 걷어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