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없는 농구부

by 허아른


우리 학교에는 머리 없는 농구부에 대한 소문이 있다. 밤마다 컴컴한 체육관에서 머리 없는 학생이 자유투 연습을 하고 있다는 그런 소문이다.


농구부라고는 하지만 머리가 없어서인지 실력은 형편없다고 한다. 골대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테니까. 골을 한 번에 넣는 법이 없어서 밤새도록 실패하다가, 날이 샐 때쯤이 되어야 겨우 첫 골을 성공시킨다는 것이다. 골을 성공시키고 나면 '하아아' 하는 한숨 소리를 내며 연습을 끝마치는데, 연습 내내 피를 흘린 탓에 그때쯤엔 체육관 바닥이 온통 피투성이가 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학교에선 아침마다 체육관을 잠가 두고 선생님들이 열심히 바닥 청소를 한다는 것이다.


머리 없는 농구부의 정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아마도 대부분 창작일 것이다. 그중 하나는 체육관에서 농구 연습을 하다가 죽은 학생의 유령이라는 설이다. 농구를 너무나 못했던 그 학생은 체육 시간의 자유투 수업을 준비하느라 몰래 밤의 체육관에 숨어들어 홀로 연습을 했다고 한다. 수없이 던져도 단 한 번을 성공시키지 못했고, 결국 온 힘을 다해 던진 농구공이 골대에서 튕겨 나와 머리를 직격하는 바람에 그대로 머리가 날아가 버렸다나.


다른 이야기도 있다. 한참 덩크슛이 유행이던 시절, 덩크슛을 하겠답시고 이상한 짓을 하는 남학생들이 있었단다. 농구 골대 앞에 의자를 놓거나 뜀틀 같은 걸 계단처럼 쌓아 두고는, 달려가서 그걸 밟고 뛰어올라 덩크슛을 하는 식이다. (물론 그런 짓을 하는 녀석들은 지금도 있지만.) 어떤 학생이 그 짓을 하다가 너무 높이 뛰는 바람에 골대의 링 부분에 목이 부딪혔다고 한다. 그 충격으로 목뼈가 부러진 채 머리가 꺾여 골대 안으로 들어갔고, 그 상태 그대로 매달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머리 없는 농구부가 되었다고 한다.


사실 우리 학교에는 농구부가 없다. 그런데도 이런 이상한 괴담이 퍼진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체육관의 개방 시간이 짧다는 점이다. 체육관은 점심시간에만 개방하고 6교시가 끝나기 전에 닫는다. 그 때문인지 우리 학교의 모든 반은 체육 시간이 점심시간 이후로 정해져 있다. 이런 제약 때문에 학생들 중 누군가는 '밤마다 체육관 안에서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상상을 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체육관에서 나는 이상한 냄새 때문이다. 막 개방한 직후의 체육관, 특히 농구 골대 근처에서는 어딘가 비린내가 풍긴다. 그 비린내에서 피를 연상한 사람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세 번째는 농구 골대 그물의 색깔이다. 다른 곳처럼 빨강, 파랑, 하양이 섞인 것이 아니라 온통 검붉은 색이다. 바닥은 닦더라도 그물에 묻은 피는 지울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섬뜩한 상상을 누군가 했을 법하다.


뭐가 되었든 괴담은 괴담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에서 가끔 이런 상상을 하곤 한다.


머리 없는 학생이 밤마다 체육관에 나타난다. 골대에 꺾여 잘려 나간 자기 머리를 들고서. 학생은 다 하지 못한 자유투 연습을, 잘려 나간 머리를 공 대신 사용해 계속한다. 머리를 드리블하며 바닥에 튕기고 골대를 향해 던진다. 수없이 던져진 머리는 점점 피투성이가 되어 골대와 바닥을 더럽히고, 마침내 머리가 골에 들어간 시점에 체육관은 온통 피바다가 된다.


하지만 머리는 만족하지 못하고 '하아아' 하는 한숨을 내뱉는다. 머리는 그저 그물 속에 들어갔을 뿐, 그물 밑으로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링에 꽉 끼어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 한숨은 아파서 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끝내 연습을 성공하지 못한 머리 없는 학생은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끝없이 연습을 반복한다.


어째서 이런 기괴한 상상을 하게 되는 걸까. 그건 아마도 농구공이 붉은색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 괴담이 생긴 네 번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어째서인지 농구 골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추측하건대 아마도 선생님들이 조금씩 높이는 것이겠지. 농구 골대 앞에 의자를 놓고 뛰는 녀석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니까.


하지만 골대를 높여서 포기하게 만들겠다는 선생님들의 발상은 아무래도 역효과인 것 같다. 골대가 너무 높아지다 보니, 최근에는 의자를 두 개씩 쌓아 올리고 그 짓을 하는 녀석들마저 생겨났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조만간, 농구부원이 더 늘어날 것 같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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