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풍경

자살 명소

by 허아른


D 아파트는 자살 명소로 유명하다. 정확히는 D 아파트의 103동 옥상이다. 여기서 해마다 많은 사람이 뛰어내린다. 물론 관리업체에서는 이런저런 예방책을 세웠다. 문을 잠그기도 하고 계단을 폐쇄하기도 하고. 그러거나 말거나 사람들은 103동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그 대부분은 아파트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그저 멀리서 자살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다.


D 아파트 103동이 자살 명소가 된 것은 재작년의 어떤 소동 때문이다. 지금은 이사 갔지만, 당시 103동에 살던 사람 한 명이 자살 소동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는 옥상에서 뛰어내렸지만 천운으로 다리만 부러진 채 구조되었는데, 아파트 층고가 꽤 높은 편이라, 거기서 뛰어내리고 살아남았다는 것이 상당히 화제가 되었다. 이런저런 뉴스니 주간지니 심지어는 유튜브에서도 신기한 일이라며 떠들어댔는데, 그중에는 뛰어내린 사람과 직접 인터뷰를 해서 전문을 실은 잡지도 있었다. 그 인터뷰 내용에 이상한 것이 있었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게 무섭지 않았냐는 어처구니없는 인터뷰 질문에 대한 그 남자의 대답이었는데, 이런 내용이었다.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무섭기는커녕 빨리 뛰어내리고 싶었습니다.


원래부터 이상한 행동을 하는 남자였기에 아파트 사람들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지만, 세간에서는 다르게 받아들였던 모양이다. 허세 가득한 자칭 시인들의 SNS에서는 '자살 순간의 마지막 풍경'이라는 오그라드는 표현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그런 사람들이 서로 허세 경쟁을 하는 사이에, 어느새 D 아파트 103동은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죽을 수 있는 곳'이라고 소문이 나 버린 모양이다. 실제로 103동에서 보는 풍경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아름답다고 할 것까지는 못 된다. 그럼에도 유행이라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죽은 사람은 인터넷에 후기를 남길 수 없기 때문인지, 103동을 찾아오는 자살 희망자는 끊이지 않았다.


아파트값이 떨어졌겠다고? 그건 그렇다. 실제로 그 후로 아파트값은 추락하기 시작했고, 공실도 점점 늘어났다. 어디까지나 아파트는 그렇다. 하지만 103동은 예외였다. 세상에 왜 그리 별난 사람이 많은지. 불가사의한 기운이 어떠니, 지세가 어떠니 하면서 수상한 사람들, 아마도 오컬트에 빠졌거나 한 그런 사람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103동에는 빈집이 생길 날이 없었고, 집값도 천정부지로 올랐다.


하지만 미신을 믿고 아니고 간에, 불가사의한 기운 따위는 없었던 것이 확실하다. 그렇게 입주한 사람 중에 옥상으로 올라가 뛰어내리거나 한 주민은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물론 불의의 사고를 당한 사람은 있지만.


그건 거의 딱 중간층쯤에 살던 노인이었다. 어느 날 밤 발코니에서 창문을 열고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는데, 마침 옥상에서 떨어지던 사람과 머리가 정통으로 부딪히는 바람에 함께 떨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뭐, 머리가 부딪히는 순간에 이미 즉사였을지도 모르지만.


역시나 그 사건도 화제가 되었고, 덕분에 D 아파트의 명성은 크게 올라갔다. 그리고 103동을 제외한 나머지 동들은 점점 텅텅 비게 되었다. 뭘 모르는 사람들은 참 재수 없는 일도 다 있다고 말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안다. 그게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신기하게도, 뛰어내리기 위해 D 아파트를 찾아온 사람들은, 어떻게든 옥상으로 올라가고야 만다. 초행길인데도 너무나 쉽게. 103동의 주민들이 안내해 주지 않는 이상 알 길이 없는 경로로.


누군가 옥상에 올라간 밤이면, 103동의 발코니마다 마치 버섯처럼 뭔가가 밖으로 튀어나와 있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기괴하고 초현실적인 장면일 뿐이지만, 사실 그것은 베란다에서 목을 쭉 빼고 위를 올려다보는 103동 주민들의 머리일 뿐이다. 그들은 누군가가 뛰어내리는 장면을 목격하기 위해, 언제나 그렇게 목을 쭉 빼고 기다린다.


그들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옥상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정말로 아름다울까.


나는 가끔, 옥상에 올라선 사람의 '마지막 풍경'을 상상해보곤 한다.

위에서 내려다본, 수많은 얼굴들을.

결코 아름답지 않을.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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