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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 한바구니 Sep 14. 2023

소리 없이 강하다, 레간자 고수

고수는 말이 없다.


"소리 없이 강하다. 쉿~ 레간자."


GM코리아의 전신이었던 대우자동차에서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생산 및 출고하여 국내외에서 공전의 히트를 쳤던 차량, '레간자'의 캐치프레이즈이다. 

레간자의 뜻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 Leganza는 영어로 '우아함'을 뜻하는 Elegance에 이탈리아어로 '힘'을 뜻하는 Forza를 합성하여 만든 단어로서 '우아하고 강한 차'라는 의미를 담기도 하였지만, 당시 대우자동차 측에 의하면 한자로 올 래(來), 강할 강(强), 사람 자(者)로, '래강자'로 표현되기도 하였다. 여기서 래를 로 바꾸고 강을 으로 바꾸어서 레간자가 되었는데, 아마도 '강한 자가 온다'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우 레간자의 출고 후 역대 최초로 현대자동차의 소나타3와 기아자동차의 크레도스를 제치고 중형차 분야 1위를 차지하기도 하였다. 그 당시 유행하던 캐치프레이즈로 인해 연예인들을 비롯한 유명 인사 중 '소리 없이 강한' 사람들을 레간자에 비유하기도 하였고, 연예인 김구라, 야구선수 장원진 씨 등이 레간자를 타고 다녔다고 한다. 


대우자동차의 레간자 / 출처 : 위키백과


어제저녁에 내가 만났던 지인이 바로 레간자 스타일이었다.

이전 직장에서 함께 일할 당시만 해도 너무 조용하고 자신의 업무에만 집중하던 분이었기에 퇴근 후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학자형 인물이었던 만큼 여가시간에는 책을 읽으셨던 걸로 기억하고 가끔 만나서 이야기할 때마다 인생 2막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셨던 기억이 있다. 


7년 만에 만나고 나서야 처음 들은 이야기이다. 

나와 함께 일할 당시에도 이미 국제아로마테라피스트 자격증을 보유하여 책도 출간하였고, 등산과 마라톤을 병행하면서도 외부로 강연 활동도 활발히 하고 계셨단다. 그 이후 명상과 종교에도 조예가 깊어 관련 자격증도 획득하였으며 명상 및 종교 관련 유튜버로 활동 중이셨다. 


약 3-4년 후면 은퇴를 하실 나이지만 챗GPT를 활용하여 책을 출간하기도 하였고,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5분 만에 파워포인트도 제작하실 정도로 신문명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소위 '얼리어답터'로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최신 트렌드에 진심이시다.




고수는 소리 없이 강하다. 

주위에서 볼 때는 온화하고 과묵하여 내성적인 인물이었으나 알고 보니 태권도 공인 7단인 분도 계신다. 늘 웃고 친절한 지인 중에는 익스트림 스포츠에 목숨을 건 사람도 있다. 평소에는 표정도 어색하고 말투도 어눌한 직원이 부동산 이야기만 나오면 눈빛이 달라지기도 한다. 자가용 차량도 없는 이 친구는 부산에서 유명한 L 아파트를 포함한 최고급 아파트 2채, 다세대 주택이 3채나 되고 해외에 주택 1채를 보유 중이며 개인 회계사도 고용하고 있을 정도로 엄청난 부동산 고수이다. 


우리 주변 어딘가에는 숨은 고수들이 있고, 그들은 오늘도 소리 없이 자신의 영역에서 놀라운 능력으로 일을 처리해 내고 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듯, 내 앞에 서 있는 사람도 분명 자신만의 강력한 무기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한 사실을 인정할 때, 우리는 우리와 만나고 상대하는 모든 사람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보다 지식과 지혜에서 떨어진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이러한 오류에 빠지는 순간, 나는 이미 그 사람과의 내적 경쟁에서 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고수는 말이 없다. 

깊은 물이 돌멩이의 파문을 조용히 포용하고, 바다가 모든 물을 조용히 받아들이듯, 진정한 고수는 하수들의 도발에도 의연하게 대처하고 애교로 받아들일 정도로 마음 그릇이 큰 사람들이다. 나와 만나는 모든 사람이 나보다 나은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대하다 보면, 나이와 상관없이 인생의 스승을 알아볼 수 있다. 


겸손은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유연한 태도를 갖추게 한다. 이로 인해 겸손한 사람은 자신의 위치와는 별개로 언제나 자신을 돌아볼 줄 알고, 부족함을 깨달을 수 있게 되며, 자신보다 나은 사람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배울 자세로 임한다. 결과적으로 그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성장하게 되고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겸손한 사람의 눈은 항상 총명하고 맑다. 마음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하며 새로운 것을 보면 항상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탐구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함이 없다. 


나이가 들수록 겸손한 사람과 가까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내가 난데!'를 외치는 사람은 가급적 멀리하도록 하자. 그러한 사람은 주위 사람을 무시하고 함부로 판단하며 남의 약점 들추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조용히 알려주는 사람에게 쉽게 분노를 표출하고,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타인과의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주위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역행자》의 저자 자청 씨의 경우 오랫동안 인간관계를 경험한 결과,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과감히 관계를 '손절'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정 때문에 몇 번 거절하고도 다시 받아주었지만, 결국 그 사람은 바뀌지 않았고 이로 인해 조직의 분위기는 더 나빠졌다고 한다. 나의 행복과 조직의 건전할 발전을 위해서라도 썩은 부분은 과감히 도려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선한 말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고, 겸손이 항상 몸에 밴 사람을 가까이하면 좋겠다. 

미소 근육이 얼굴 전체에 퍼져있는 사람, 타인을 칭찬하는데 인색하지 않은 사람을 친구로 두면 좋겠다. 더불어 행복하게 살기에도 아까운 것이 시간이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앉아만 있어도 웃음과 행복을 주는 사람, 그런 절정의 고수들을 주위에 많이 만들기 바란다.


소리 없이 강한 레간자 고수, 어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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