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기로에서

by 따뜻한 말 한마디

얼마 전, 심해진 공황 증세 때문에 팀장님과 면담을 했다.

그 자리에서 팀장님이 제안한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장기휴직 또는 희망퇴직"


증세가 악화되며 업무에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맡은 일은 해외 생산 법인의 가동과 직결되어 있어,

작은 실수 하나가 수십억 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조직에 폐를 끼치는 건 원치 않지만, 동시에 나에 대한 배려가 조금만 더 섬세했더라면 하는 바람도 든다.


올 1월, 나는 3개월 휴직을 마치고 복직하면서 인사팀과 면담을 했었다.

이전 조직에서 ‘직접 인사팀과 조율하라’는 지시를 받아 내가 먼저 담당자에게 연락해 이동을 확정 지었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라 기대했지만, 새로 맡은 자리의 업무는 온전히 내가 지켜야 하는 위치였다.

내가 함부로 자리를 비우면 안 되는 자리였고, 증세가 재발하면 나를 대신할 사람이 없는 구조였다.


그럼에도 올봄과 여름에는 업무 퍼포먼스가 올라가며 즐거움을 느꼈다.

일과 퇴근 후의 소소한 쉼이 좋았고,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듯했다.

그런데 여름휴가가 끝나자마자 다시 증세가 찾아왔다.

나는 내 멘탈이 약해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더 서글펐다.

점점 조직에서 문제아로 낙인찍히는 것 같아 괴로웠다.


신경안정제 과다 복용과 관련된 위기가 있었다.

이 사실은 회사에 보고되었고, 사업부장까지 상황을 알게 된 상태다.

그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빨리 내보내고 싶어 할지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온다.

팀장님의 ‘희망퇴직’ 발언이 단순한 개인 의견일 리 없다는 생각도 든다.

위쪽에서 이미 논의가 오갔기에 가능한 말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다.


나는 입사 첫날의 웃음을 떠올린다.

앞으로의 가능성을 기대하며 밝게 출근하던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이런 현실을 마주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공황장애 앞에서 나는 영원히 두려움 속에 살아야 하는 걸까.

장기휴직이나 조직 이동도 제안받았지만, 재발한다면 그 모든 방안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그게 가장 큰 문제다.


면담 이후 또다시 공황이 찾아왔다.

마우스 클릭조차 불가능한 순간이 있었고, 결국 3일간의 휴가를 얻어 쉬었다.

지금 나는 인생의 기로에 서 있다.

회사를 떠나 치유에 전념할 것인가, 아니면 억지로라도 휴직을 택해 소속을 유지하며 시간을 벌 것인가.

어느 쪽을 택하든 쉽지 않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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