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에 앞서

by 따뜻한 말 한마디

이번 주, 회사에서 희망퇴직 관련 기사가 났다.
일은 빠르게 흘렀다. 설명회가 열렸고, 나는 대상자에 포함되었다.


“아, 이제 회사가 나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구나.”

공황장애라는 특수한 상황을 빼고 보더라도, 나는 결국 필요 없는 사람이었다.


그 생각이 스치자 허탈감이 몰려왔다.

대기업이라는 타이틀은 내 정체성의 일부였고,

그것을 내려놓는 일은 익숙한 세계의 끝을 의미했다.


입사 초반의 출장들, 회사가 준 혜택들, 반복된 휴직과 복귀.

그 모든 것이 뒤엉켜 아득해졌다.

동시에 그 속에서 조금씩 갈려온 내가 있었다.


첫 팀장에게 찍히고, ‘문제아’라는 프레임에 갇혀 12년을 버텼다.

그 프레임은 지금의 나를 만들기도, 지워버리기도 했다.


누군가에겐 일 못하는 사람의 넋두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과거를 탓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은 숨을 돌릴 시간이 필요하다.

남은 연차를 소진하고 내일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나는 나 자신에게 말할 것이다.

“그동안 잘 버텼다. 이 시간은 너의 일부이고, 언젠가 다른 무대를 만들 힘이 될 거야.”


떠나는 일은 씁쓸하다.

그러나 이제는 내 길을 내가 정해야 한다.

당분간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롯이 나를 돌보려 한다.

작가의 이전글인생의 기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