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되고 나서 느끼는 모순이 하나 있다.
하루는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데, 주말은 어느새 코앞에 다가와 있다는 것.
넘치는 시간 앞에서 방황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토요일 아침을 맞는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자기 검열에 들어간다.
공황장애에서 벗어나기 위해 휴식을 택했는데,
나는 과연 그 목적에 맞는 생활을 하고 있는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제대로, 알차게 보내고 있는가?
그렇다.
나의 자아비판은 늘 ‘이 시간이 헛되지 않았는가’로 귀결된다.
쉬는 동안 제대로 쉬고 있는지,
다음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지가 늘 마음의 중심에 있다.
회사 생활과는 또 다른 조급함이 생긴다.
‘내가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있을까?’
‘괜히 회사를 나왔다고 후회하면 어떡하지?’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하지만 결국 답은 없다.
내가 길을 찾아야 하고, 내가 정답이라 믿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제는 중심을 잡아가는 중이다.
나를 몰아세우지 않으면서, 새로운 삶을 준비할 체력을 다시 키우기 위해.
조급해하지 않으려 애쓴다.
내가 회사를 그만둔 이유에는 분명한 정당성이 있었으니까.
공황장애의 재발, 그리고 그로 인한 업무 수행 불가능.
그게 내가 퇴사를 결심한 이유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시계는 계속 움직인다.
하지만 이렇게 내 생각을 정리하고, 독자 여러분과 소통하는 지금만큼은
시간을 가치 있게, 의미 있게 쓰고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