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관계의 덧없음

by 따뜻한 말 한마디

퇴사 후, 나는 연락처 정리를 했다.
그 결과 300명이 넘던 번호는 30명 남짓으로 줄었다.
수많은 거래처 사람들, 예전 조직의 동료들,
그리고 앞으로는 연락할 일이 없을 사람들까지.

그렇게 번호를 지우고 나니, 내 폰은 조용해졌다.

애초에 없어도 되었던 사람들처럼,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
그중엔 대학 친구 한 명도 있었다.
퇴사 소식을 알리자마자, 그는 나를 정리했다.
마치 필요 없어진 장난감을 치우듯이.


그때 처음, 인간관계의 씁쓸함을 깊이 느꼈다.

특히 인간적인 유대가 아니라,

‘사회적 필요’로 맺어졌던 관계들에서.
회사에서 내가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던 경력 사원들,
친하다고 믿었던 후배들조차
잘 지내냐는 한마디 인사도 없었다.


어쩌면 내가 너무 많은 걸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언제나 사람을 대할 때 진심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그렇지 않았을 뿐이겠지.

나에게 그들은 스쳐 지나간 사람이었고,
그들에게 나는 단지 하나의 역할이었을 것이다.
그 사실을 일찍 받아들였다면
이런 씁쓸함은 덜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다른 사람보다 나 자신을 조금 더 소중히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나는 나에게 너무 무심했고,
다른 사람의 관심만을 갈구했다.


이제는 내 인생을 내가 만들어가는 시기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조금 더 아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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