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세상이 참 좋아졌다.
풍족한 환경 속에서, 별 탈 없이 살아간다.
그런데도 가끔은 더 나은 걸 바라고, 더 편한 걸 꿈꾼다.
이런 내 마음을 다잡기 위해 나는 때때로 군 생활을 떠올린다.
2007년, 첫 자대 배치를 받고
행정반에 앉아 행보관님과 면담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선임들이 화장실에 가는데, 하나같이 양동이에 물을 퍼서 들어갔다.
‘음... 아니겠지. 잠깐 단수된 거겠지.’
그랬다면 좋았겠지만,
불길한 예감은 늘 틀리지 않는다.
그렇다.
우리 부대는 물부족 대대였다.
물이 귀했다. 정말 귀하디 귀한.
2년 동안 화장실 갈 때마다 물을 퍼서 들어가야 했고,
겨울철엔 따뜻한 물을 사용하는 건 사치였다.
지하수라도 끌어올려 차가운 물로 샤워할 수 있으면 다행.
그마저도 배관이 얼어 터지면 며칠씩 샤워는커녕 양치도 못 했다.
그렇게 몸에서 냄새가 솔솔 풍기는 10명 넘는 인원이
한 내무실에서 함께 생활했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건 2007년에서 2009년 사이에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도 안 되는 환경이다.
먹을 수 있고, 씻을 수 있고, 따뜻한 물이 콸콸 나오는 집.
내가 사는 이 공간이 그 시절의 나에겐 꿈같은 삶이다.
그래서 종종, 내가 나태해지거나 투덜거릴 때면
그 시절을 떠올리곤 한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하루가
충분히 감사할 수 있는 하루로 바뀐다.
그 시절 군 생활은,
가끔 나에게 겸손을 떠올리게 하는 특효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