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과의 인연이 끝나고, 두 번의 계절이 지나갔다.
이제는 흐릿해진 그 사람의 얼굴보다,
그 관계 속에 있던 ‘나’가 더 또렷하게 떠오른다.
그 사람과는, 사귀기 전이 제일 좋았다.
내가 먼저 고백을 하고, 서로를 알아가던 그 시절.
먼저 카톡을 보내고, 언제쯤 답장이 올까 두근거리던 그 밤.
서로 눈치를 보지만, 그 눈치마저도 설레던 시간.
그때 나는
내 감정을 솔직하게 느낄 수 있었고,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
그 사람은 내 모습을 신선하다고 했다.
나는 점점 더 나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렇게, 연애가 시작됐다.
하지만 연애가 시작되면서
나는 조금씩 내 모습을 잃기 시작했다.
그 사람의 기분을 먼저 살피고,
내 감정보다 그의 감정을 앞세우게 됐다.
그때부터 나는 점점, 나 같지 않아 졌다.
그 사람이 하지 말라는 건 점점 늘어났고,
그녀와의 시간은 어느새 구속처럼 느껴졌다.
화내지 않을 일에도 화가 나기 시작했고,
서로의 감정은 소모되기만 했다.
모든 것이 지나간 지금,
나는 다시 조금씩 나다워지고 있다.
사랑은 소중하다.
하지만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사람과 함께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