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했으니 나다워지겠습니다

by 따뜻한 말 한마디

나에게는 두 개의 얼굴이 있다.
회사에서는 '과장'으로, 퇴근 후에는 '진짜 나'로 산다.


과장이란 직급은 참 고단하다.
일이 가장 많은 중간 관리자이고,
밑에선 후배가, 위에선 고참이 지켜보는 눈 사이에서
매일같이 쌓인 업무를 아무렇지 않은 듯 해치워야 한다.


협력사 이슈를 해결할 땐 능글맞게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유관부서에 부탁할 땐 비굴해 보여도 꾹 참고
조직이 나에게 던진 숙제를 풀어나간다.


이렇게 하루를 버티고 나면,
내가 숨겨두었던 진짜 얼굴이 조용히 고개를 든다.
사람들 사이에서 벗어나 나만의 공간으로 향하고 싶은 욕구가 솟는다.

샤워를 하며 회사의 먼지를 씻어내고
가장 소중한 공간으로 들어간다.

브런치에 올릴 글을 끄적이고,
내가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를 틀며
'과장'의 얼굴을 내 안에서 천천히 떼어낸다.


그래야 살 맛이 난다.


이것이 내가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회사에서의 나와 진짜 나를 분리하는 것.

효과는 있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내 바운더리를 침범하지 못하게 한다.

그 바운더리가 확보된다는 건,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대피소’를 갖는다는 뜻이다.


아무리 힘든 하루를 보냈어도
나는 내가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쓰며
그 공간 안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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