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로또를 사는 이유

by 따뜻한 말 한마디

2주 만에 로또를 샀다.
한 번 살 때 쓰는 돈은 만 원. 적지도, 많지도 않은 금액이다.


나는 왜 로또를 살까.
기적 같은 확률에 기대어 부자가 되고 싶어서일까?

단언컨대, 나는 ‘부자’가 되고 싶은 건 아니다.
많은 돈이 생긴다 해도 사고 싶은 것도, 당장 하고 싶은 것도 없다.

그렇다면, 나는 왜 로또를 사는 걸까.

나는 공황장애 환자다. 동시에 우울증도 앓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그 원인을 제공한 회사에 여전히 다니고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힘들다면서 왜 회사를 계속 다녀?”
“아픈 척하는 거 아냐? 회사 다니는 걸 보면 살 만한가 보네?”

하지만 나는 회사를 다녀야만 한다.

주담대는 꾸준히 갚아야 하고,
나와 어머니, 그리고 우리 집 강아지의 생계도 책임져야 한다.
더 이상 ‘꿈을 좇아 퇴사합니다’라고 말하고 나올 수 있는 나이도 아니다.


결국 나는, 나를 아프게 하는 환경에 머무르며
그들이 주는 월급을 받아야만 한다.
돈이 문제다.


그래서 로또를 산다.
이 지랄 같은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단 하나의 불합리하지만 확실한 가능성.


내가 나를 잃어가면서 굽신거리고,
매일 쪼임을 당하고,
협력업체에는 ‘요청사항’이라는 이름으로
비상식적인 지시를 해야 하는 현실에서
한 번쯤은 빠져나갈 수 있지 않을까.


월요일이 가장 두렵다.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난 이후,
월요일이라는 단어 자체가 공포처럼 다가온다.

주말 동안 겨우 회복된 마음은
월요일이 되면 다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흔들린다.
이 적응 기간은 보통 수요일까지 이어지고,
그 후엔 고갈이다.


나는 이 상태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정년까지 이 환경을 감내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이 거기까지 닿으면, 앞이 깜깜해진다.

그래서 나는 퇴근 후, 그리고 주말마다
나다운 삶을 회복하려 애쓴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그 일환이다.

결국, 나는
내 모습을 잃지 않고,
가면을 바꿔 쓰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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