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과 아련함, 일본

by 따뜻한 말 한마디

나는 일본 여행을 좋아한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첫 해외여행을 오사카로 다녀온 뒤, 어느덧 스무 번이 넘었다.
그중에서도 단연코 가장 좋았던 도시는 도쿄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제목은 ‘느림과 아련함’인데, 도쿄 얘기라고? 좀 안 맞는 거 아니야?”
그 말도 일리가 있다.

하루 300만 명 이상이 오가는 신주쿠역만 봐도, 도쿄는 분명 바쁘고 붐비는 도시다.

하지만 나는 도쿄에서 그런 곳엔 가지 않는다.
좁은 골목이 있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동네에 숙소를 잡는다.
느릿하지만 멈추지 않는, 조용하지만 살아 숨 쉬는 일상.
그리고, 내가 겪어보지 못한 시간조차 그리워하게 만드는 어떤 아련함.


나는 한국에서 나름 이름 있는 회사에 다닌다.
그 속에서 내 생체 시계는 본래보다 훨씬 빠르게 돌아간다.
모든 것이 ‘지금 당장’ 처리되어야 하는 환경 속에서
도쿄의 골목 풍경은 나를 마치 태어났을 때의 감각으로 되돌려놓는다.


그 순간을 처음 느낀 이후, 도쿄는 나의 가장 편안한 여행지가 되었다.
회사원의 가면이 아닌, 원래의 내 얼굴로 돌아갈 수 있는 장소.

물론, 여행이라는 특별한 조건에서 바라본 도시는 실제 삶과 다를 수 있다.
그리고 도쿄가 아닌 다른 도시 역시 나에게 안정감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첫사랑이 그러하듯,
처음의 감각은 오래 남는다.
그래서 나는 도쿄를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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