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로 13년째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한때는, 정말 이 회사를 떠나고 싶었던 시기가 있었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대리급이던 시절.
그때는 여기가 세상에서 제일 지옥 같고, 가장 힘든 곳인 줄 알았다.
그런 내가 지금은 이직의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공황장애까지 겪고 있음에도 말이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공황장애까지 있으면서 왜 안 나가?”
“아직 살만한가 보네?”
왜 나는 이 회사를 떠나지 않을까.
네임밸류 때문일까? 연봉 때문일까?
아니다.
몇 번의 조직 이동을 겪으며 확실히 느낀 건
도망치는 곳에 낙원은 없다는 것.
그리고 한국이라는 구조 안에서
‘그 나물에 그 밥’인 것이다.
물론 너무 성급한 일반화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사는
대학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각자 다른 업계, 다른 회사에 다니지만
하나같이 말한다.
“우리 회사가 제일 지옥이야.”
각자의 말에 기가 찬다.
우리 회사에서 정상인 게 다른 데선 비정상이고,
다른 데서 당연한 게 우리에겐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다.
결국 모두가 말하는 ‘정상’은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 같은 거다.
그래서 지금은 생각한다.
적응과 순응이 답이다.
그게 싫다면 사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사업을 할 욕구도, 자본도 없다.
결국 비정상적인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다만 예전과 다른 게 있다면,
이제는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나를 회복하고 있다는 것.
단단해지고 싶은 마음으로
오늘도 이 비정상적인 곳에서
묵묵히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