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덥다.
2010년대부터 꾸준히 더워져 왔지만, 올해는 유독 더 더운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첫여름더위는 1994년이었다.
그 해, 우리 집은 없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에어컨을 샀다.
그만큼 더위가 기록적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 기억조차 가볍게 뛰어넘을 것 같다.
아니, 앞으로는 매해 그 기록을 경신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10년 전, 2015년 여름엔 도쿄 여행을 갔었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더위였다.
아침 조식을 먹으며 본 뉴스 속 기온은 33도를 넘었다.
그때 생각했다.
“여긴 여름에 살 곳이 못 되는구나.”
그런데 올해는 일본에 가지도 않았는데,
그 더위를 집 안에서 그대로 체험하고 있다.
대구 출신인 나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일본의 더위가 딱 10년 만에 한국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오늘은 한국의 10년 뒤.
그 흐름이라면, 한국의 내일은 지금보다 더 뜨거울 것이다.
‘지구가 끓고 있다’는 UN의 경고는 이제 과장이 아니다.
별일 아닌 생각일지 모르지만,
문득 자라나는 새싹들이 안쓰러워졌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그들이 어른이 되었을 땐 여름이 어떤 계절이 되어 있을까?
만약 내가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아이는 이 뜨거운 미래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묘한 죄책감마저 든다.
프레온 가스,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릴 적 과학 시간에 배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었다.
그 시절엔 에어컨을 아끼자고 배웠다.
그런데 지금 그런 말을 하면 큰일 날지도 모른다.
더위를 피하려면, 냉방은 필수니까.
참 아이러니하다.
예전엔 지구를 지키기 위해 에어컨을 줄이자 했는데,
이젠 사람을 지키기 위해 에어컨을 틀어야 한다.
앞으로 에어컨을 켤 때마다
이런 생각이 떠오를 것 같다.
“당장 내가 살기 위해, 미래의 인류는 더위에 시달려야 하는 건가.”
“그래도… 나는 지금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