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깊이 이해한다는 것

참으로 위대한 일

by 피오마



부모님을 이해하는 일이 어려웠다. 아니, 지금도 여전히 어렵다. 왜 어려울까 생각해 보니 사랑받은 기억 때문이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가정이었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그곳에서 상처받는 아이가 살았다.



엄마는 나의 감정을 이해해주지 않고 내가 힘들다고 말해도 별 거 아닌 듯 무시했다. 늘 자기 일이 바빴고 바깥에서는 미소 천사라 불리면서 집에서는 늘 인상을 쓰고 다녔다.



평소에는 세상 좋은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다가도 술만 마시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던 아빠. 평소에 잘했으니 술 마시고 난리 피운 거 정도는 이해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되려 큰 소리를 쳤던 사람이다. 난리가 그냥 난리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그들을 온전히 미워할 수 없었던 건 관계 속에서 분명 좋았던 기억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나에게 잘해줬던 기억들로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무마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덮고 넘어간 상처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렸다.



형언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짜증으로만 쏟아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쟤 또 저러네. 그냥 내버려 둬.' 하고 그냥 넘어가버렸다. 단 한 번도 나의 깊은 상처를 봐주지 않았다.



그렇게 어른 아이가 되어버린 나는 어느 날 이대로는 정말 너무 힘들다는 생각에 그동안의 설움을 토해냈지만, 나의 힘듦의 수치가 10이라면, 그들이 받아들이는 건 1 정도에 불과했다. 아니, 1도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괜히 말했구나 싶었고 달라진 건 크게 없었다. 그저 '우리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착실히 공부 잘하고 시집 잘 가더니 왜 갑자기 변해버린 거야!'라는 말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을 이해하려고 부단히 애를 쓴다. 얽히고설킨 모든 불순물을 걷어내고 순수하게 이해하려는 행위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몸소 느끼면서 말이다. 나를 이 세계로 데려다 놓은 그들에게 많은 상처를 받았고 여전히 아물지 않은 채 남아 있지만 분명 좋은 기억도 있으니까.



켜켜이 쌓인 감정의 앙금이 관계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게 만들고 크나큰 상처가 좋은 기억마저 덮어버리곤 하지만 그래도 이해해보려 한다. 그건 부모를 위한 것을 넘어 결국 나 자신을 위한 일이다. 수많은 시간 동안 쌓아 온 감정의 골이 깊지만 그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 노력하는 순간마다 내가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한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특히 나에게 큰 상처를 준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그렇기에 위대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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